글을 쓰는 이유
하루를 보내고 그날의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허전함을 넘어, 때론 불안할 때가 있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과를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보낸 하루를 문장으로 써내지 않으면,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까지 머릿속에서 내 하루가 얽히고설킨 채로 나를 괴롭힌다. 이 생각들은 쉽게 끝낼 마음이 없다는 듯 내 하루를 복기하고 또 복기하며 나를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분명 나답지 않았거나, 너무 솔직해 의도치 않게 깊은 속내까지 드러냈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날의 나를 깨닫는 순간 발에 내 다른 자아라도 있는지, 오늘의 부끄러운 나를 떨쳐버리려는 듯, 이불킥을 날린다. 또 서로에 대한 배려 없는 대화를 한 날이면, 서로의 상처받은 마음에 온 신경을 쓰느라 현실과 무의식 사이에 갇히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의 굴레에 갇히지 않으려 오늘의 나를 글로 쏟아내면 한결 내 밤이 평온해진다.
이윤주 작가는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에서 저자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
쓰기 전에 슬픔은 나 자신이었지만 쓰고 난 후에는 내게서 분리된다.
손으로 공을 굴리듯, 그것은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엇이 된다.
어찌하지 못했던 내 안의 감정이 밖으로 배출되었을 때, 마주한 내 내면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오늘의 내 밤이 내 잠이 평안해진다. 그렇기에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