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겠다 싶던 어느 날, 나는 운동을 결심했다.
6월 현충일쯤부터 연이어 잡힌 약속으로 내 몸은 피로 누적 상태가 계속되었다. 약속은 평일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좋았다. 이번 주는 쉬어야지 하다가도 약속이 생기면 어찌나 좋은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기 바빴고, 이는 회사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다가,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집에서 조신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힘들어하면서, 쉬지 않고 놀러 다녔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몇 주 전 엄마가 도대체 집에는 언제 오는 거냐며,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고, 나는 그 주 토요일은 꼭 본가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래 이번 주는 조용히 보내자.
그런데 엄마와 약속한 토요일 아침부터 몸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이 온몸을 감쌌고, 안 되겠다 싶어 엄마에게 몸이 좋지 않으니 다음 주에 가겠다고 전화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핑계를 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서운해하셨고, 엄마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린 나는, 결국 약속대로 본가로 향했다.
서프라이즈처럼 본가 현관문을 열자. 엄마가 놀라면서도 기뻐했고 그 모습을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잠시 낮잠을 자는 사이 몸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고, 결국 엄마의 미안해하는 표정을 뒤로한 채, 문정동 내 집으로 돌아왔다. 기절하듯 잠이 든 나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동안 나를 너무 혹사시켰다는 생각에, 미뤄뒀던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바로 필라테스.
지난주 상담을 받고 원데이 체험 일정을 정하고 나오는 길, 등록만으로도 마구마구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미뤄두기만 했던 뭔가를 시작한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드디어 어제저녁, 퇴근 후 필라테스를 했다.
몸의 균형 등 정밀한 상태를 확인하고자 사진 촬영을 하고 본격적인 필라테스 체험이 시작되었는데,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호흡을 하고 있었던 걸까. 제대로 된 호흡만으로도 나는 지쳐버렸고, 전신 거울을 통해 바라본 내 몸 상태는 처참했다. 강사님의 지시를 겨우 따르고 있는데, 손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많이 힘드시죠.' 강사님의 물음에 나는 힘겹게 한마디를 토해냈다.
죽을 것 같아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운동이 끝나고 운동 후 몸 상태를 다시 촬영했다. 돌아간 골반과 경직된 어깨 부위 상태가 좋아진 듯했고, 무엇보다 일상적이던 통증이 사라져 몸이 편안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내 마음은 등록으로 마음이 굳어진 상태였다. 그래, 또 재밌게 놀려면 건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