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고등학교를 가기로 선택했다.

16살, 고등학교 선택의 순간

by 블리

중3 고등학교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시간에 나는 절망을 했다. 바라고 바랐던 태권도부가 있는 학교를 가지 못했고, 재활치료에 전념하면서 운동을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던 중학생의 나는 고등학교를 가기도 전에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아서 힘들었다. 시간은 무섭게 흘렀고,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가 되었다. 눈앞에 보인 성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집 근처에 있는 인문계고등학교에 지원해도 충분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물었다. '몇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공부할 자신 있어? 대학 갈 자신 있어? 뭐가 하고 싶은데? 인문계 고등학교가 맞아?'


운동만 하고, 학원도 다녀보지 않은 내가 공부를 오랫동안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학급 게시판에 부착된 특성화고등학교 리스트를 보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 공고 갈래요.


너무 당황한 표정의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의아해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어머니랑은 이야기해 봤어? 물었고,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다닐 학교라서 보호자의 개입은 필요 없었다고 생각했다. 확신에 찬 나는 공고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같은 날 집에서 어머니께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 어머니도 생각지 못한 내 발상에 기가 막히고, 걱정했을 것이다. 남자들만 있는 학교에 계집애가 가는 거라 놀랐던 것이다. 이미 물은 엎어졌고, 돌이킬 수 없었다. 이날 이후 며칠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공고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서류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차 신체검사 및 면접을 보러 직접 공고에 갔다. 못골시장에 있는 학교는 여기저기서 온 친구들로 가득했고, 솔직히 무서웠다.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눈을 씻고 둘러봐도 다 남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학교로 들어서면서 지원한 과로 이동하는데, 나는 전기과에 지원해서 같은 과 친구들이랑 이동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이것저것 여쭤보고 학교를 나왔다. 전통이 있는 큰 학교에 내가 자발적으로 지원한 것도 놀라운데, 이 학교를 3년 다닐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도 했다. 내가 선택을 잘못한 건가 싶기도 하고, 잘 지낼 수 있을지도 걱정되고, 학교를 다녀오니 걱정이 더 많아졌다.


2차 면접을 다녀오고서 며칠 지나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 남은 건 중3 남은 시간을 잘 보내는 거였고,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다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한참 빛나고 있던 내 세상을 다르게라도 빛나고 싶어서 저지른 선택이 잘한 건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 때 나에겐 최선의 선택이었고 훗날 청소년지도사라는 꿈을 다시 찾게 된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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