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과 홍일점이었다.

by 블리

2013년 3월, 17살의 나는 낯선 공간에서 첫발을 내딛는 입학식을 맞이했다. 그날의 풍경은 아주 특별했다. 담임선생님도, 전기과 동기들모두 남자였고, 학생의 90% 이상이 남학생인 학교에서 과연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귀엽기까지 한 장면이었다. 전기과 1학년 8반, 내 이름보다 먼저 붙은 별명은 그냥 '여자'였다. 내려오는 전설처럼 전기과에는 언제나 여학생이 한 명뿐이었고, 나 또한 2013년 그 한 명이었다. 말 그대로 '홍일점'이 된 순간이었다. 그 시절이 훗날 내게는 신선했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는 고등학교 기억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3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입학과 동시에 적응에 매달리다 보니 시간은 금세 흘렀다. 전교생 1,000명 가운데 여학생은 고작 20명 남짓. 선생님들은 혹시 여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 학생회 안에는 '여학생위원회'까지 있었지만, 실제로는 여학생들의 복지를 위한 활동보다는 생활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더 컸다. 치마 길이, 교복 착용, 화장, 교내 연애까지 세세하게 단속당했고, 그만큼 학교생활은 남학생보다 더 엄격한 규율 속에서 이루어졌다. 두발 자유도, 교복 자유도 없는 시절이었기에 더욱 답답했다.


그럼에도 다행히 나는 성격이 털털하고 유해서 남학생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진작 전학을 고민했을 것이다. 걱정과 달리 나는 연애도 하고, 방송부 아나운서로 활동도 하며, 공부에도 열심히 매달려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1학년 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만큼, 고등학교 3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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