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해야만 했고, 후회는 없다.

16살, 태권도선수를 그만두었다.

by 블리
태권도 선수 생활 약 2년 반 시간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14살 여름쯤에 시작한 태권도 선수 생활이 어느덧 16살 여름을 훌쩍 지나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은 고등학교 입시로 인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다. 나 역시 고등학교 선택을 앞두고 있어 매우 예민했고, 대회 결과 하나하나가 나의 등수 같았다. 지금껏 부족했던 부분과 잘하고 있는 부분을 모니터링하면서 훈련 방향을 해나가고 있었다.


고등학교 입시 마지막 대회를 두고,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마음가짐은 평소와 달랐다. 중학교 때는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도장에서 훈련받았다면 고등학교부터는 실전이다. 국가대표 선발전 등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또 엘리트 선수로 생활이 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도로 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치를 보여줘야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이번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평소 체급보다 무게를 증량했다. 나의 강점을 활용한 것이다. 키가 크고, 속도가 빠르고, 발차기도 길기 때문에 무게가 있는 급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무게를 증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체계를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 3kg 살을 찌워야 했다. 시간이 흘러 체계 날이 왔고,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포카리스웨트 1.5L 3개를 곧장 마시고서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쳬계 다음 날, 대진표를 확인하고서 몸을 풀고 호구를 입고, 헤드기어를 쓰고, 마우스피스를 착용하면서 시합장에 올랐다. 무슨 정신으로 내가 어떤 발을 찼고, 점수를 어떻게 내고 뺏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에 남은 건 상대방과 서로 같은 거리에서, 같은 발차기로 맞고 쓰러졌는데, 쇼크였다. 심판이 카운트를 세고 있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정신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응급실이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쇼크도 쇼크지만,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어 운동하면 발목을 사용하는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절망적이었다. 준비한 경기를 다 끝내지 못한 것도 스스로가 못났고, 몸 관리를 잘하지 못한 부주의로 인해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불안감도 있었다. 뭐가 되었건 난 선택해야 했다.


태권도 선수에 간절한가? 국가대표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인가? 이 두 가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간절하긴 했으나 국가대표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같은 체급에, 같은 나이에 있는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특출난 건 무엇인지 따져보았을 때 부족함이 더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왕 그만두는 거 핑계 같지만, 부상으로 그만두는 걸로 결정했다.


부상은 부상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내 삶의 일부였던 태권도를 정리했다. 그리고 부상 치료를 위해 꾸준히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으며 회복하는데 투자했다.


나는 한번 마음먹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 만다. 그래서 중학교 때 나는 태권도 선수를 선택했을 때부터 그만두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했다. 가끔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더 나은 선택은 없었을까? 미련은 두지만, 거기까지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해냈기에 절망이었지만, 선택의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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