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지도자로서의 첫 걸음, 스무 살의 가장 빛나는 역할

by 블리

스무 살의 일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학교 수업, 대외활동, 아르바이트까지 매일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지만, 그 모든 일정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활동이 있었다. 바로 보조지도자 활동이다.


RCY 학생지도자 면접을 보고, 양성교육을 거쳐 정식 학생지도자로 임명되며 시작된 이 길은 단순한 봉사나 경험이 아닌, 예비 청소년지도자로서의 첫 발걸음이 되었다. 학교에서 CA 활동을 하는 시간, 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캠프를 함께 이끌던 순간들,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들과 호흡하던 장면들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10대가 끝나고 20대가 시작되자,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해볼 수 있는 일도 많았다. 그 넓어진 시야 속에서 그녀는 꼭 하고 싶은 한 가지와, 해보고 싶은 한 가지를 선택해 미래를 향한 밑그림을 그렸다.


청소년을 청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10대의 때와 달리, 20대에 청소년을 ‘후기 청소년이자 예비지도자’로 마주하는 경험은 전혀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게 될 사람으로서 태도, 말투, 시선, 접근 방식까지 모든 것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소수자 청소년을 만날 때에는 스스로의 태도를 거듭 점검해야 했다. 나의 말과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불편함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해 조심해야 했다.


임원 리더십 캠프에서 만난 반장들, 회장들, 학생회 임원들은 저마다 역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들에게 리더십의 본질과 책임을 생각해보고 정의해보는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그녀 또한 ‘좋은 지도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역할도 서툴렀고, 어디에서 어떻게 포지션을 잡아야 할지 막막했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뒤 진행된 슈퍼비전 과정은 가장 큰 성장의 순간이었다. 행동을 점검하고 수정하며 점점 더 단단한 예비지도자로 변해갔다.


그녀는 단순히 ‘인원 채우기’로 참여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도자 선생님들은 예비지도자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선으로 청소년을 만나야 하는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되 그 안에서 각자의 색을 담아낼 수 있도록 격려받으며 그녀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다. 청소년들과 마주하며 웃고, 함께 활동을 이끌어가던 시간들은 그 자체로 큰 즐거움이자 배움이었다.


리더십 교육이 왜 중요한지, 프로그램의 구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지도자로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이 모든 것을 배운 경험은 이후 그녀가 기획을 할 때, 과제를 할 때, 실습을 나갈 때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 시절 함께했던 선생님들과의 교류는 그녀를 더욱 성장하게 했다. 청소년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나눈 대화와 고민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그 시절의 별칭은 #팬돌이였다. 판다를 좋아했고, 이온음료 ‘팬돌이’를 유독 좋아해 귀엽게 지은 이름이었지만 청소년들이 뜻을 몰라 어리둥절했던 웃픈 에피소드도 있다. 지금은 #블리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을 만난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청소년에게 진심이라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스무 살의 그녀에게 보조지도자 활동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스스로를 단단히 세워준 토대였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책임지고 뛰어들었던 시간. 돌이켜보면 가장 바빴고,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빛나던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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