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시간 하계실습생으로 살아가다

by 블리

2017년 여름, 스물한 살의 나는 조금 이른 사회복지 실습을 선택했다. 청소년 시설에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수십 곳을 두드렸고, 쉽지 않은 과정 끝에 서울시립금천청소년센터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주 5일의 일정 속에서 180시간의 여름이 깊고 단단하게 쌓여 갔다.


실습의 시작은 낯설었지만 금세 리듬이 생겼다. 시설을 모니터링하고, 프로그램을 관찰하고, 청소년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까지 매일이 새로웠다. 방과후아카데미, 학교 밖 청소년, 대안학교 청소년을 만나며 각자의 속도와 분위기를 몸으로 느꼈고, 그 안에서 실습생이라는 이름을 넘어 한 사람의 기획자이자 조력자로 서보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강하게 남아 있는 건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했던 순간들이다. 세 번이나 기회를 받으며 다양한 청소년 집단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대안학교 청소년과는 신문과 잡지를 활용해 ‘나’를 소개하는 활동을 구성했는데, 취향과 고민, 진로를 자연스럽게 털어놓는 장면들이 오래 기억 속에 남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던 청소년에게 직접 커피를 배우던 장면도 따뜻했다. 서로 질문을 건네고, 진심을 나누며 관계가 어떻게 싹트는지 실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여름방학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캠프였다. 2박 3일 농촌자원봉사캠프를 기획해 참여했는데, 농작물을 수확하고 마을 벽화를 그리며 몸으로 배우는 경험이 이어졌다. 프로그램 진행은 처음이라 긴장되었지만 현장의 공기는 금세 환하게 달아올랐다. “너무 재밌었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큰 에너지가 되어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실습이 끝나갈수록 일지와 평가 과제가 눈앞에 쌓여갔지만, 그 모든 과정조차 현장을 더 가까이 이해하게 만드는 배움의 장이었다. 마지막 실습 평가회 날, 전 직원 앞에서 내가 기획한 청소년 인권 프로그램을 발표하던 순간은 실습 내내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시간이다. 적합성과 필요성을 꼼꼼히 살피는 실무자들 앞에서 청소년 인권에 대한 나의 방향성을 또렷히 드러내보였다.


일회성이 아니라 사업 형태로 지속되면 더 좋겠다


피드백을 들으며 처음 가졌던 관심이 결코 가벼운 게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다.


돌아보면, 180시간의 여름은 단순한 실습 일정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영역을 확장해가는 과정이었다. 처음 마주하는 현장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청소년을 향한 마음이 자라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 여름은 또렷하다. 그 계절이 시작점이었고, 지금의 내가 서 있는 자리의 뿌리가 되었음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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