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걷는 시간 속에서 발견한 ‘참여의 힘'

by 블리

동작구에서 사회참여 영역을 맡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아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동작암행어사’다. 이름만 들으면 마치 동작구를 지키는 비밀 조직 같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기획의 큰 틀은 청소년이 지역 안에서 안전·환경을 살피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었다. 문제는 그 틀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였다.


처음엔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할까 고민했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플로깅으로 연결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시즌1에서 비슷한 내용을 진행한 적이 있다는 걸 떠올리며 다른 접근을 찾았다. 기존의 방식을 벗어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결국 4~5월에 진행되었어야 할 사업이 10~11월에 넘어갔고, 나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방식은 직접 지역을 걸으며 위험요소와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이었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불편함을 느끼는 곳은 많지만, 실제로 민원 앱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활동을 통해 ‘우리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안전신문고 앱을 중심으로, 기관에서는 조끼·띠·미션지·설문지·마패·임명장을 준비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참여했기에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눈에 잘 띄는 조끼를 맞춰 입히고, 우리가 누구인지 알리기 위해 띠도 둘렀다. 현장을 걸을 때 주민들이 “동작구 암행어사야? 조심해야겠네!”, “동작구 잘 지켜줘!” 하고 건네는 응원 덕에 아이들의 어깨가 눈에 띄게 올라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프로그램 하나를 운영하려면 여러 가능성을 가정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사고, 날씨 변화, 대체 일정 등 다양하게 준비해두어야 한다. 참여자 수를 채우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통해 무엇을 깨닫고 돌아가는가’가 본질이라고 믿기 때문에 설문지도 그 목적에 맞게 구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나에게도 값진 도전이었다. 사전 조사부터 기존 유사 프로그램 분석, 우리 기관이 속한 지역의 특성 파악, 기관의 비전 및 미션과의 연결, 청소년의 흥미, 담당자로서의 관점…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야 비로소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처음이었기에 더 탄탄하게 준비하고 싶었고, 부족함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적은 예산으로도 의미 있는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청소년이 직접 민원을 올리고, 실제 해결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분명한 성과였다.


사실 내가 이 프로그램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핵심 아이디어는 ‘전시’였다. 안전과 환경을 연결해 동작구 곳곳에서 나온 쓰레기, 특히 담배꽁초를 모아 정크 아트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꿈꿨다. 청소년에게 유해물질을 직접 다루게 할 수 없어 실행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전문가와 협업해 문화예술과 환경을 융합한 형태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 상상들이 언젠가 현실이 되는 날, 청소년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더 당당한 주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청소년이 배제되지 않고 함께 만드는 지역사회, 그리고 그 안의 변화는 결국 이런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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