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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정벌레 Mar 03. 2024

사는 이야기

숨고르는 시간

사진=딱정벌레

특별한 일상은 없다. 벌써 3월이고 봄이 시작됐지만1분기 마지막 달의 막이 어느덧 다가와서 지난해 연말에 세운 계획을 되새겨본다. 조바심이 났다가도 한편으로는 내려놓는 마음도 필요할지 모른다며 스스로 다잡고. 애착을 빙자한 집착을 좀 덜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설 연휴 이후 모처럼 연휴를 맞이해 이런저런 계획과 구상을 세웠지만- 뜻대로 흘러가지만 않았다. 신경이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도 들고 거기엔 육체 피로나 불편한 신체가 미친 영향도 크다고 봐서 체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했다. 많은 일을 하기보다 지금 당장 절실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하자며.

오랜만에 책을 샀다. 여러 책을 병행 독서하는 편이라 책 한 권 읽을 때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는다. 쪽 수가 많지 않으면 금방 읽지만 몇백쪽씩 되는 책은 몇개월 읽는다. 일반 단행본 수준으로 200몇쪽이 아니라 그 분량의 3배 이상 되는 책들. 기억나는 내용은 얼마 없을지언정 완독을 추구하기에 독파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이번에 그런 책이 두어권 있었는데 3개월 넘게 걸려 다 읽은 책도 있다. 조금씩 읽으니까. 지적으로 정체된 기분을 요새 느꼈는데 같은 책을 너무 오래 읽어서 그런가 싶었다. 새책을 사서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접하니 좋다. 이번엔 쪽수가 많지 않은 책도 있어서 금방 읽을 듯.

렌즈도 간만에 샀다. 분량 많은 책을 독파하는 시기와 새 렌즈를 사는 시기가 비슷한 듯하다. 보통 넉달치를 사는데- 내가 렌즈를 산다는 건 오랜만에 여의도에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주거지에서 멀어진 여의도. 단골집이 있어서 렌즈 살 때는 아직 그 동네에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게 시람들도 친절해서 계속 가고 싶다. 그 핑계로 오랜만에 여의도를 가보기도 하고. 과거 주거지에서 가까웠기도 하고 예전 출퇴근길에 여의도 횡단은 필수였던지라, 여의도 도서관과 카페, 서점을 전전하며 글도 많이 써서 애정이 많이 간다.

그래서 과거 글쓰던 서점과 쇼핑몰도 둘러봤다. 한때 규칙적으로 쇼핑몰과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편의점 등 온갖 유통 채널을 시장조사하듯 다니던 시절이었다. 주말에도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젠 그런 압박에서 벗어났는데 오랜만에 가다보니 새삼 내가 시대에 뒤쳐졌단 생각도 들었다. 매장 구성도 많이 바뀌고. 식음료 매장은 예전에 지하 끝층에 주로 있었던 것 같은데 여전히 쇼핑몰 대세라서 그런지 요즘은 자꾸 위층으로 올라온다. 새로운 브랜드도 많이 생겼고. 백화점과 지하로 연결돼서 그런지 IFC몰도 사람이 참 많았다.

백화점도 둘러봤는데 루이뷔똥이 입점한 걸 보고 새삼 이 점포의 성장세를 실감했다. 처음엔 없이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되니 LVMH 3대 브랜드가 여기도 들어오기 시작하는구나. 백화점은 쾌적했다. 외할머니와 마지막 외식을 했던 브랜드 이름을 지나치다 봤는데 고개를 돌려버렸다. 백화점 바로 앞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1시간 넘게 걸리지만 환승하지 않고 쭉 가서 좋았다. 노선이 예전에 좋아한 올림픽대로 거쳐 동작, 흑석, 반포, 논현가는 길이라 예전 생각하며 시티투어하듯 갔다. 바쁘게 누비던 테헤란로도 정겹고. 여길 관조하듯 보는 내 시선에서 세월의 흐름도 느꼈다.

요즘 병원을 오래 다닌다. 몇 주 전에 염증 문제로 외과에서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허벅지를 째고 드레인도 한동안 꽂고 매일 주사맞고 약을 먹고 바르며 경과를 지켜봤다. 지난주부터 이틀에 한번씩 병원에 가고 있다. 이제 좀 상처가 아무나 싶다. 새 살이 돋아나는 과정에 또 염증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조심한다. 언제까지 가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병원를 오래 다녀본 적도 드물어서 힘들다. 주사맞는 것도, 약 먹는 것도 지난주까지는 좀 그랬다. 육체 피로 때문인지 지난주는 몸도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평일에도 필사적으로 잤다. 가급적 평소보다 일찍 잠들려했다. 마음도 좀 힘든 나날이라 몸이라도 덜 지치도록 애써야겠다 싶었다.

전문성 있는 글을 브런치에서 써보고자 했지만 최근에 쓴 글을 보니 그런 글은 한줌이고 일상 넋두리가 대부분이다. 어디 이야기할 곳도 없어서 여기다 이것저것 쏟아본다. 주중에 못다한 일을 조금하면서 평소에 하던 일을 다른 공간에서 하면 어떨까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환경이 바뀌면 혹시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어서. 방해요소가 없어선지, 시행착오가 쌓여선지, 기초 자료가 충분해선지 앞서 다른 작업보다 더 빨리 진척되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고칠 건 많다. 이번 주 해야 할 일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다 순환업무로 참 빠듯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은 여전히 이상하지만 감정과 기분에 지배당하고 싶지 않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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