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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도 반갑고 설렜던 런던 여행 1일차

내가 영국 일주를 결심한 이유

by 딱정벌레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바라본 탬즈강과 런던 아이. 사진=딱정벌레

요즘 영국 여행기를 일정 순이 아니라 내가 내키는 순서대로 쓰고 있다. 정확히는 쓰고 싶은 지역부터. 8박 10일 중 가장 좋았던 지역은 그나마 가장 길게 있었던 런던이었다. 옥스퍼드 여행기는 미리 써놓았기 때문에 먼저 발행했지만. 런던은 한 번에 이야기를 끝내기 어려울 듯했다. 금방(?) 쓸 수 있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지역부터 여행기를 쓰다 보니 이제야 런던 이야기를 쓴다. 글 한편에 다 녹이기는 아쉽고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나눠서 쓰려고 한다. 여행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오전, 현지 시간으로는 새벽에 BBC 라디오 2에서 방송한 2016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콜드 플레이 공연 실황을 듣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Everglow’가 나온다. 너무 좋다.

런던 여행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내가 왜 영국 일주를 결심(?)했는지 말하고 싶다. 사실 일주라고 하기엔 7개 지역에 갔고 기간도 그리 길지 않은 터라 조금 어폐가 있을 수 있다. 물론 7개 지역이라고 하면 적지 않긴 하다. 그러나 옥스퍼드나 브라이튼, 이스트본은 런던 근교라서 되게 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뭐, 서울에서 안양, 고양, 구리는 가깝다 보니 거길 다녀온다고 해서 일주했다고 하기에 나는 어색하다. 아무튼 여전히 영국에서 못 가본 지역이 태반이지만 언젠가 이 나라만 잡고 길게 여행하고 싶었다. 그건 고등어 시절 내 꿈이었다. 학창 시절 영국 뮤지션을 많이 좋아했다. 비틀즈, 퀸, 레드 제플린, 뉴오더, 오아시스, 블러, 라디오헤드, 스웨이드, 맨선 등 1960~2000년대 활동한 뮤지션 음악을 즐겨 들었다.

팝 칼럼니스트 또는 대중음악 평론가 꿈을 키우는 데 이들 음악이 큰 영향을 줬다. 그렇다 보니 이들이 음악활동을 했던, 이들의 음악에 영향을 준 지역에 다녀오고 싶은 게 당연했다. 20대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30대에는 그 꿈을 실현했으니 다행이었다. 사실 고민도 했다. 작년에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거나 내가 다치는 상황이 아니면 연차를 내지 않았다. 덕분에 차곡차곡 쌓아서 한방에 길게 터뜨릴 수 있었는데 오래 다녀오고 싶었다. 첫 직장에서는 연차를 주말에 3일 붙여서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곳에서 퇴사하던 해에 처음으로 5일 연차를 내서 주말 붙여서 북유럽에 다녀왔다. 두 번째 직장은 별 제약이 없어서 그럴 거면 연차를 길게 내고 싶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사진=딱정벌레

내가 고민한 지역은 영국과 캐나다였다. 영국 여행은 버킷 리스트에 있었고 캐나다는. 사이드워크 랩스의 토론토 스마트 도시 구축 계획 기사를 쓴 게 영향을 줬다. 넥스트 실리콘밸리로 여러 지역이 물망에 오르는데 토론토도 그중 하나였다. 토론토에 사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그런 이야기는 있지만 막상 와보면 첨단 IT 이런 걸 느끼기 어렵다고. 오히려 서울이 그런 요소가 더 많다고 했다. 우리보다 앞서 나간 IT 인프라를 갖춘 곳을 휴가 핑계로 보고 싶었다. 아무튼 토론토는 생각보다 그렇지 않고. 영국도 특별히 더 나을 게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글로벌 IT 기업, 스타트업의 중요한 사업 지역이니까 뭔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영국을 가자. 그렇게 결심했다.

휴가이긴 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취재도 하고 싶었다. 일례로 난 영국의 배달 서비스인 딜리버루에 관심 있었다. 특히 그들의 공유주방에 관심이 많았다. 난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잇츠 같은 서비스를 보면(특히 쿠팡 잇츠는 정말이지) 딜리버루를 많이 참고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딜리버루뿐만 아니라 우버 잇츠나 그럽 허브나 다른 서비스도 연구했겠지만. 딜리버루나 배달의 민족의 시그니처 색은 민트색인데 어딘가 묘하다. 쿠팡 잇츠에서 배달 소요시간이나 배달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UI는 딜리버루를 특히 연상시켰다. 딜리버루는 빨리 배달되는 매장도 보여준다. 아무튼 그런 것 외에 국내 공유주방 업체들이 위워크같은 공유주방 시설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딜리버루의 공유주방은 컨테이너 같다. 그것도 신기했다.

어쨌든 딜리버루에 취재 가능 여부를 타진하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보기 좋게 씹혔다.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해외 기업이나 대사관, 해외 매체 등에 이메일을 보내면 씹히는 경우가 잦았다. 거기 트렌드인지, 내 이메일이 잘못된 건지 여러 가지 반성이 든다. 좀 더 끈질기게 들이댔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직접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고 휴가나 즐기자는 생각으로 떠났다. 꼭 누굴 만나 여행은 못하더라도 내가 담당하는 분야와 관련해 거기서 흥미로운 걸 발견하면 꼭 기록해서 이를 잘 남겨두자는 생각으로. 어떤 거는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 “출장 갔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업무용 SNS라서 올린 까닭도 있었는데 아무튼 그 휴가가 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 눈을 열어주길 바랐다.

런던행 영국항공 비행기. 사진=딱정벌레

이런 속도로 쓰면 대체 런던 이야기는 언제 할지. 가기 전에 기사를 올리고 가야 해서 밤을 새웠다. 그 무렵 마크 저커버그가 직원들과 나눈 대화 녹취가 유출돼 논란이 됐다. 버지에서 입수, 단독 보도했고 그걸 그 주에 올리기로 했다. 그냥 멘트만 번역해서 올리면 될 줄 알았는데 역시나 그럴 내용은 아니었다. 배경 설명도 해야 하고, 멘트를 그대로 올릴 수도 없고 필요한 내용을 추려야 했다. 그가 왜 이 상황에서, 어떤 맥락으로 이 말을 했는지 언급하지 않고 멘트만 올려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쓰다 보니 또 밤을 새웠고, 기사 작성과 짐 꾸리기를 동시에 하면서 새벽 리무진을 타러 집을 나섰다. 리무진 안에서도 쓰다 졸다 반복했고, 비행기 이륙 직전에 발행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기사였다. 저커버그는 녹취 파일 내용 때문에 당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너무 독선적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있으니까 우리가 이 정도로 하는 거야” 이런 의미였다. 녹취록을 보면 직원들이 개인정보 유출 논란, 독과점 이슈 등을 비롯해 회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표니까 그걸 좀 풀어주려고 자의식 충만한 발언을 했다는 인상도 받았다만. 어쨌든 대외적으로는 대표가 납작 엎드리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호박씨 까고 있으니. 그런 문제를 짚었어야 하는 건데 바쁘다는 핑계(?)로 평면적으로, ‘저커버그 대단하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썼다. 되게 창피한 기사였다. 안 쓰는 게 나은 기사.

런던 이야기는 대체 언제 하나. 여행 갈 때 주로 국내 항공사를 이용하다 오랜만에 외항사를 탔다. 11년 전 호주에 다녀올 때 일본항공을 탄 이후 장거리 비행에서 외항사를 탄 건 무척 오랜만이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덴마크 코펜하겐에 갈 때 노르웨이 항공을 탔지만 그건 국내선과 비슷하니까. 이번에는 영국항공을 탔는데 이코노미석이었고 성수기도 아니라서 왕복 항공권 비용이 100만원이 조금 넘었다. 영국항공에서도 영화는 일부 작품에 한한 걸로 보이지만 한국어 음성 더빙으로 볼 수 있었다. 좋았던 건 음악의 경우 BBC 라디오에서 진행한 콘서트 실황을 들을 수 있다는 것. BBC 라디오 팟캐스트도 있다. 사실 이건 개인이 미리 내려받을 수도 있지만 콘서트 실황은 좀 달랐다. 기내식은 한식도 주는데 국내 항공사가 더 나은 듯했다. 국내 항공사는 이코노미도 외항사 이코노미보다 서비스가 더 좋은 느낌적 느낌.

영국항공 기내식. 먹을만 했는데 맛있어 보이지 않는 듯. 사진=딱정벌레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가 좀 넘어 출발했고, 런던까지 반나절 걸렸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쯤 도착했다. 한국은 밤 10시쯤. 급하게 기사를 발행한 터라 마음이 불편했고 그 반나절 사이에 뭔 일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열심히 와이파이를 연결했는데 우려했던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썩 좋지도 않았다. 조회수든, 공유수든. 친한 취재원 분이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그걸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분이 듣는 팟캐스트에서는 출연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인데 내가 놓친 점들이 떠올라서 부끄러웠다. 아무튼 그렇게 터미널을 이동하는 셔틀을 타고 입국 심사를 거쳐서 짐 찾으러 나왔다.

1년 새 영국 입국 절차는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부터인가 한국인도 셀프로 기계를 통해 입국 심사를 거쳐 빨리 나올 수 있게 됐다. 2018년만 해도 한참 줄 서서 기다렸는데. 그것도 모르고 사람에게서 입국 심사받으니 그 담당자가 기계를 가리키며 “저게 훨씬 더 빠르다고 다음엔 저걸 이용하라”라고 조언했다. “오, 몰랐네요” 이러고 나왔다. 성수기도 아니고 평일 낮이라서 그런지 사실 사람에게서 입국 심사를 받을 때도 금방 끝났다. 줄이랄 것도 없었고. 어쨌든 그렇게 나와서 짐을 찾는데 줌과 슬랙의 공동 광고가 눈에 띄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히드로 공항이든, 에든버러 공항이든 일단 국제공항에는 글로벌 IT 기업, 스타트업 광고가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 VM웨어 등. 줌과 슬랙의 광고 문구는 ‘우리가 함께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보라’ 그런 내용이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슬랙이 그로부터 일주일 뒤 런던에서 큰 행사를 열었다. 스튜어트 버터필드 대표가 기조연설도 하고. 하필 내가 출국하는 날이어서 갈 수는 없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조정해서 들어보는 건데. 런던에서는 슬랙 차가 지나가는 것도 봤다. 무슨 차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업마다 전용 차에 자기들 로고를 넣기도 하니. 업무용 차가 아닐까 싶었다. 줌은 슬랙의 파트너이기도 하고. 아무튼 오자마자 내 눈에는 그런 거나 보였다. 비행기에 내려 입국 심사 거쳐 짐을 찾아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 역도 바로 연결돼 있었고. 기계로 오이스터 카드를 사서 충전한 다음 지하철을 탔다.

히드로 공항에서 얼스코트 가는 지하철 안에서. 촬영=딱정벌레

오후 3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현지인들의 퇴근 시간이 다가왔고 정거장마다 하교하는 학생들,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었다. 차창 너머로 본 런던 풍경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본 이미지 그대로였다. 오래되고 낙후한 이미지. 런던, 파리 모두 오래된 도시라서 난 특별히 깔끔하고 세련됐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쓰레기도 곳곳에 보이고. 파리는 모르겠는데 런던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무단 횡단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무단 횡단하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일단 지하철 안에서 바라본 런던은 낡은 느낌이 들었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그조차 설렜다.

사실 내가 눈여겨 본 모습은 현지인의 옷차림이었다. 가기 전 온도를 체크했지만 그래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한국보다 쌀쌀한데 체감하기에 어느 정도인지 계산이 안 섰다. 그래서 트렌치코트를 그대로 가져갔고, 카디건이나 니트를 더 챙겼다. 근데 아뿔싸. 이미 10월 런던에서는 패딩이나 모직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엿보였다. 더 혼란스러운 건 그 와중에 반팔티를 입은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 당시 런던은 한국보다 10도는 더 낮았고 초겨울보다 조금 따뜻했다. 내가 옷을 잘못 챙긴 게 아닐까. 창밖을 보며 노심초사했다. 8박 10일 있으면서 느낀 건 내가 옷을 잘못 챙긴 건 아니라는 것. 밤에 쌀쌀하지만 낮에는 괜찮았다. 또 추우면 안에 카디건을 껴입거나 니트, 조끼를 더 입는 걸 택했는데 그게 나았다. 무겁지도 않고 가방에 코트 더 넣는 것보다 덜 부담되니.

웨스트민스터에서 만난 시위대. 사진=딱정벌레

히드로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얼스코트까지 가는 데 50분이 걸렸다. 다행히 숙소 근처에 지하철역이 여러 개 있는 데다 주요 관광지는 걸어서 갈 수 있었다. 웨스트민스터까지 지하철 한 라인만 타고 몇 정거장만 가면 되고. 동네 자체도 험한 곳이 아니었다. 얼스코트가 부촌이라고도 하지만 자세히는 모르겠고 깨끗한 동네였다. 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주변에 슈퍼나 마트, 식당도 많았다. 호텔과 주거단지가 함께 있는 곳. 가서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외사촌 동생과 웨스트민스터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거기가 거리도 적당하고 탬즈강, 런던 아이 등 이것저것 볼 것도 다양하니까. 여행 가기 전 난 외사촌 동생에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쭉 이야기했다. 동생은 자신이 알아서 동선을 고려해 일정을 시간표로 만들었다. 출발하기 전에 참고하라고 내게 그 시간표를 보내줬다. 준비가 철저한 녀석이었다. 동생 덕분에 너무 편하게 다녔다. 아무튼 동생 시간표에 따르면 그날은 가볍게 웨스트민스터 일대를 구경하는 게 좋았다.

웨스트민스터에 갈 때는 글로세스터 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내 앞에 청년 두 명이 가고 있었는데 한 청년이 어린이용 승차카드를 찍고 친구에게 보여줬다. 그 친구는 안타까운 건지 장난인지 그 청년을 보며 이상한 탄식을 터뜨렸다. 어쨌든 내 눈에는 그 부정승차 현장이 웃겼다. 지하철을 타고 웨스트민스터로 향했다. 저녁 6시쯤 됐고 날은 이미 어둑했다. 빅벤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는데 철골로 뒤덮인 모습조차 멋있었다. 걸어서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으로 향했다. 여긴 전에도 왔지만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건 묘하게 달랐다. 웨스트민스터 일대는 복잡했다. 일단 경찰이 많았다. 곳곳에 시위대가 보였는데 난 처음에 LGBT 시위대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시위대는 환경 단체였다. 심지어 3일 내내 우리가 가는 곳마다 이 시위대를 마주쳤다. 나중에 대형사고도(?) 났던.

사우스뱅크에서 찍은 길거리 연주자의 영화 '미녀와 야수' OST 바이올린 공연. 촬영=딱정벌레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도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있어서 이곳을 둘러봤다. 이어서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 사우스뱅크 쪽으로 향했다. 탬즈강과 런던 아이 야경은 멋졌다. 웨스트민스터 다리는 한강 다리에 비하면 꽤 짧아서 금방 건넜다. 평일 저녁에 런던 야경을 구경하며 탬즈강을 건너다니. 흡족했다. 이제야 휴가를 온 게 실감 났다. 현지인들의 일상도 보다 가까이서 보이고. 다리를 건너다 중간에 우버의 점프 전기 자전거를 보고 사진도 찍었다. 런던 아이도 찰칵찰칵. 사우스뱅크 쪽에 와서는 오락실을 구경하고 산보하듯 걸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한 무리가 오락실 앞에 모여서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귀여웠다. 길거리에는 한 연주자가 영화 '미녀와 야수' OST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 마치 내 런던 방문을 환영하는 연주처럼 들렸다. 런던 아이는 운행하지 않았는데 이날만 그랬는지 아님 평소에도 그런지 잘 모르겠다.

현지 시간에 맞춰 우리도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외사촌 동생은 구글 맵을 뒤지더니 '로케일'이라는 이탈리안 식당으로 안내했다. 현지 와서 처음으로 밥을 사 먹다 보니 둘 다 은근히 긴장했다. 인종차별당할까 봐. 돈 쓰러 와서 그런지 다행히 환대해줬다. 우리는 피자와 스테이크를 주문해서 나눠먹었다. 앞으로 8박 10일간 잘 부탁한다는 인사도 함께. 저녁 8시가 흘쩍 넘었지만 매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 점에서 런던이 서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지역은 저녁 6시 이후로 문 닫는 가게도 많은데. 물론 식당이나 바는 그 시간에 영업하는 곳도 있지만. 런던의 밤은 길어서 어딘가 친숙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근처 스타벅스를 구경했다. 여행 가면 스타벅스 매장에서 파는 현지 시티 머그를 구경하는 게 취미인지라. 이후 왔던 길을 돌아 야경을 구경하며 지하철을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정말 런던에 무사히 도착했다.

런던에서 첫 끼니. 사진=딱정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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