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노래 부르는 귀여운 우리 엄마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오늘도 어김없이 노래를 부르는 엄마다.
누구 노래인지 물으니 엄마는 모르겠다고 한다. 궁금하기도 하고 엄마한테 알려주고 싶기도 해 멜론에 검색해 보니 나훈아의 <홍시>라는 노래다.
"엄마, 이 노래 나훈아 노랜데?"
"그래? 한 번 틀어 봐."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 치고 돌아 앉아 우시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바람 불면 감기들 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 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 세라 사랑 땜에 아파할 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밝고 경쾌한 선율이 참 좋아 가만히 듣는데 곱씹게 되는 가사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특히 '울 엄마'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작년 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10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병상에 누워 계셨던 할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서럽게 울던 엄마 모습을 그때 처음 봤다. 그 이후 엄마는 종종 할머니 이야기를 했다.
4남 3녀의 큰 딸로 태어난 엄마는 바로 위의 큰 외삼촌과 차별당하며 컸고, 그 이후 줄줄이 태어난 동생들을 보살피는 일은 엄마 몫이었다고 했다. 엄마가 동생들과 장난을 치거나 할머니가 시킨 일을 안 하고 밖에 놀러 나가면 할머니는 아궁이 불을 때다 만 불쏘시개를 들고 "숙자 이년!!!!" 하고 소리치며 엄마를 쫓아왔다고 한다.
할머니에게 많이 맞기도 하고 사랑도 받지 못하고 컸다는 엄마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할머니가 이해 간다는 말을 하곤 했다.
"할머니는 엄마한테 기대고 싶었나 보다."
나를 보며 알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와 동생 키우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나니 할머니는 이미 누워계신지 오래였고, 할머니가 건강하실 때 맛있는 음식 한 번, 예쁜 옷 한 벌 제대로 사주지 못한 게 엄마는 내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우리 엄마, 참 불쌍해."
할머니가 불쌍하다고 하던 엄마가 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엄마는 밝게 부르는 그 노래가 나는 왜 구슬프게 들리는지 참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