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너머로 들리는 호로록 소리
당뇨가 있는 엄마에게 나는 단 걸 먹지 말라고 잔소리하곤 한다. 특히 한 유튜브 영상에서 믹스커피가 당뇨 환자들에겐 아주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엄마, 믹스커피 이제 절대 마시지 마!"
하루에 한 잔, 많게는 세 잔까지도 믹스커피를 마시는, 그 노란색 포장지의 인스턴트 커피를 애정하는 엄마라 단단히 일러둘 필요가 있었다.
회사에는 긴 휴가를 내고 전주에 있는 본가에서 쉬고 있던 때였다. 여느 때처럼 거실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는데 비교적 거실에서 멀리 있는 내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호로록"
'이상하다. 물 마시는 소리는 아니고 분명 무언가 따뜻, 아니 뜨거운 걸 마실 때 나는 소린데. 근데 왜 내 방에서 이런 소리가?' 의심이 솔솔 피어난다.
"엄마, 뭐 마셔?"
그러자 엄마가 외쳤다.
"물 마셔!"
다급한 엄마의 목소리와 '물'이라는 석연치 않은 대답에 나는 다시 물었다.
"혹시 커피 아니야?"
내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는 황급히 대답했다.
"아니야!"
99% 확신을 가진 나의 마지막 한 수.
"검사하러 간다!"
아주 잠깐의 정적. 그리곤 다시 들리는 엄마 목소리.
".. 오지 마!!"
확인해 봐야겠다. 혹시나 숨길 새라 거실을 가로질러 내 방으로 한 걸음에 달려가 보니 당황한 듯, 그러나 어쩐지 장난기 어린 표정의 엄마가 한 손엔 종이컵을 들고 침대 한쪽 구석에 앉아 나를 바라봤다. 그리곤 이내 ‘빵’하고 웃음이 터져 버린 엄마다.
"아 정말~"
그런 엄마를 보고 나도 깔깔대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