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해

2021년 9월 11일

by Charlie Sung

나는 어릴 때 놀이터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미끄럼틀도 재밌었고 철봉에 매달리기도 재밌었는데 놀이터 구석 등받이 없는 벤치에 누워 해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편이 훨씬 신났다. 해는 색도 바뀌고 위치도 바뀌었다. 그러면서 식었다 뜨거워졌다를 일정한 주기로 반복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물론 둥근 모양은 변한 적이 없었지만. 나는 해를 좋아했다. 해의 뜨거운 열기가 무섭지 않았다. 불가마 같은 더위에도 나는 그것을 해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우두머리의 자리를 달에게 내어주는 넉넉한 인심도 좋았다. 큰 배포라고 생각했다. 네가 세상에 온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 나는 꿈에서 두 개의 해를 보았다. 나는 두 개의 해가 너임을 직감했다. 태몽이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네가 가을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가 봄이었다.


나는 비틀스를 무진장 좋아한다. 아마 환장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비틀스는 영국의 공업도시 리버풀 출신 청년들이 조직한 밴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당시 청년들 정서를 지배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했던 음악가들이다. 그들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 나는 아직 세상에 오지 않았었지만 내가 세상에 온 뒤로도 그들 음악은 여전히 위대했다. 영어로 된 가사를 해석할 수 있게 된 나이부터 본격적으로 그들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위로나 응원이 필요할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음악이 비틀스의 음악이다. 2009년 교환학생 시절,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의 쓰라린 작별을 앞두고는 ‘Imagine’을 들었고 2018년 페루의 리마 공항에서 장시간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는 ‘A hard day’s night’을 들었다. ‘Let it be’는 거의 모든 종류의 우울에 대해 적절한 위로를 선사한다.


오늘 아침 너에게 편지를 쓰며 들은 라디오에서는 ‘Here comes the Sun’이 흘러나왔다. 너는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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