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거리

2021년 9월 10일

by Charlie Sung

세상 사람을 어쩌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지와 됨됨이가 일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는 아직도 사람을 알아보는 일에 서툴다. 사람을 간파하는 데에 애를 먹는다. 태도와 겉모습이 그럴듯해서 마음을 홀라당 내주고는 상처 받고 괴로워한다.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라 더 속상하다. 오만하고 예의 없어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기피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진국인 경우는 그나마 낫다. 그때라도 가깝게 지내면 되니까. 하지만 믿고 의지했던 사람의 천한 본색을 알게 되는 날의 허망함은 쉽게 추슬러지지 않는다. 그도 밉고 나도 밉다. 며칠을 앓고 나서야 잊어낼 수 있다. 죽기 전에는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면 좋겠다. 사람 사귀기는 아직도 어렵다.


나는 그래서 쉽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람을 사귄다. 상처 받지 않을 정도의 정만 허락하고 마음 간의 왕래를 허용한다. 그래야 내가 안전하다. 관계에서 안전하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을 깊이 사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가 정한 거리를 무너뜨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매력 있는 사람들이다. 나에게 매력 있는 사람은 관용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다. 나누는 것에 인색하지 않고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불가피한 연약함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유머 감각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거리를 두지 않는다. 나는 살면서 그런 사람 몇을 만났고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좋은 인연이다. 내게 네 엄마만큼 소중한 사람은 이제 없지만 그 친구들이 없다면 내 삶은 많이 건조할 것이다. 내가 사람을 사귈 때 설정하는 거리는 유명무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과연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일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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