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책을 선물하고 싶다.

2021년 9월 9일

by Charlie Sung

누군가가 내게 살면서 성취한 것 중에 가장 값나가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금껏 읽은 책들을 나열할 것이다. 나는 어릴 때 멋 부리는 것을 좋아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도 마구 사다 쟁였다. 지금은 제목만 겨우 기억나는 책들도 있다. 나는 남들에게 내가 읽은 책을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 으쓱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책 읽는 일은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좋은 책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을 줄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사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책을 통해 배운 것을 다 실천하지 못한다. 소설을 통해 사랑과 관용을 배우고 인문/사회 분야 서적에 천착하면서 연대를 알게 됐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을 미워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나란히 걷지 못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수시로 체감한다. 더 열심히 읽어야 함을 자주 깨닫는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책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을 싫어한다. 책마다 가치가 다르고 재미의 성격도 다르다. 그래서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도 네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은 있다. 나는 네가 우리말로 쓰인 우리 문학을 먼저 읽으면 좋겠다.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세계에서 탄생한 고전 문학도 좋다. 그것들이 인류에 기여한 바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번역을 거친 책은 그 맛이 완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읽기에도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말 같지 않게 쓰인 우리말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우리말을 사용하는 작가들이 쓴 우리 문학을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말에 대한 바른 이해를 기반으로 번역투의 우리말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쓰인 위대한 우리 문학은 열거할 수 없이 많다. 나는 우리말이 그리고 우리말 문학이 정말 좋다.


너에게 정말 멋진 우리말 소설을 선물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쓴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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