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7일
유감스럽지만 나는 살면서 진심으로 친절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혹여라도 남들이 나를 나쁘게 생각할까 봐 친절한 척 살았다. 사람들은 나를 굉장히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위선이다. 나는 오랜 시간 ‘웃음 가면’을 쓰고 살았다. 그래서 나는 안으로 부대꼈다. 자주 소화가 안 됐고 심심치 않게 얼굴색이 어두웠다. 역정을 내도 무방한 상황에도 나는 웃었고, 거절해도 괜찮을 것을 알면서도 선뜻 부탁을 수락했다. 그래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자주 혼자 아팠다. 나는 타인의 시선 때문에 ‘진짜 나’로 살지 못했다. 빚보증을 서거나 돈을 빌려 준 적은 없어서 다행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평가를 완전히 무시하고 살기는 어렵다. 우리는 단독으로 존재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리 지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친구들,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함께해야 한다. 우리 누구도 세상에 혼자 오지 않았고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떠날 때도 사실은 혼자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가 두려워 자신을 감출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나를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나는 많은 부분에서 네가 나를 닮았으면 좋겠지만 나처럼 사람들의 말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아낀 내면의 힘을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쓰면 좋겠다. 나는 가짜 친절을 베푸느라 또 친절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에게 친절하느라 진짜 친절해야 할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진짜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후회된다.
내가 오늘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서 네 엄마가 짜증 났다. 여자 동료들이랑 마셔서 질투한다. 눈도 안 마주친다. 등을 돌리고 잔다. 네 엄마가 화나면 집안은 시베리아 벌판이다. 그래도 지금 내게 제일 친절한 사람은 네 엄마다. 네 엄마가 없다면 내게 ‘친절’은 없다. 친절한 한아씨.
나는 네가 ‘진짜’ 친절했으면 좋겠다. 특히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