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6일
오늘은 네 얼굴을 3D로 보는 날이다. 정밀 초음파를 통해서 보는 네 얼굴과 몸은 분홍색 고무찰흙 같겠지만 대기실에 앉아 있는 지금 몹시 초조하다. 네가 예쁘냐 안 예쁘냐는 중요하지 않다. 생김새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것을 살면서 배웠다. 우리의 관심사는 네가 누구를 닮았느냐다.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 거울을 본다. 그리고는 믿지도 않는 신을 찾는다. 얼굴형은 나를 닮되 눈과 코는 엄마를 닮고 키는 외할머니를 닮되 고루 먹는 식성은 친할머니를 닮고 건강은 친할아버지를 닮되 선량한 마음은 외할아버지를 닮으라고. 그리고 네가 예쁘냐 안 예쁘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뻥이다. 나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뻤으면 좋겠다. 반짝반짝 빛나는 너를 바구니에 담아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
나와 네 엄마는 부모가 돼 본 적이 없다. 나는 39년, 엄마는 35년의 세월 동안 자식만 해봤다. 부모 경험이 없다. 자식은 쉽다. 떼를 쓰면 안 나오는 것이 없고 토라져 있어도 달래 준다. 먹여 주고 재워 준다. 나에게 세상에 제일 할만한 직업을 고르라면 ‘자식’을 선택할 것이다. 네 할아버지, 할머니는 쉽지 않으셨을 것이다. 나는 기르기 쉽지 않은 아이였다. 사춘기도 매우 격렬하게 보냈다. 나는 너에게 내 부모님만큼 잘해주지는 못할 것 같다. 네 할아버지, 할머니는 최고였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꾸준히 노력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엄마도 함께 노력할 것이다. 너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너의 세계에 늘 가까이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너무 뒤떨어지지 않게 함께 걸을 것이다.
너는 우리의 첫 경험이다. 그래서 바꿀 수 없이 소중하다. 너는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얼굴을 한 번에 보여주지 않았다. 엄마는 외할머니께서 주신 대추 케이크와 두유를 삼키듯 먹고 다시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얼굴 좀 보여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