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2일
의심하는 것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본인 생각의 무결성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학자의 태도는 옳다. 같은 맥락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항상 옳을 수 없음을 아는 자세도 옳다. 다른 사람은 틀리고 본인의 주장만 맞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게 변하는데 내 생각이 항상 옳을 수 있을까? 처한 처지와 시각에 따라 또 그 시기에 따라 어떤 생각은 옳기도 했다가 그르기도 한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다닐 때 즈음에는 너도 세계와 인간과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될 텐데 우선은 윤곽만을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의 생각이 틀릴 리 없다는 완고함에서 거기서 비롯한 오만에서 네가 감당해야 할 대내외적 갈등의 크기와 양이 정해지니까. 생각과 판단은 유연한 것이 좋다.
반면 다른 사람을 향한 의심은 가급적 신중해야 한다. 가족, 친지, 직장 동료 등 주위 사람들의 선의를 의심하는 일은 피로하다. 상대가 베푸는 친절의 목적과 의도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상대와 깊게 사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쉽게 외로워진다. 대가성이 짙은 친절은 대부분 직감적으로 구분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그런 상황에 처하면 이해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친절은 친절로 호의는 호의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네 세상의 행복감과 연대감 유지를 위해 좋다. 나는 의심이 만성적으로 팽배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로를 믿지 않는다. 상대가 한 말의 진위를 그 사람 모르게 다시 한번 파악해야 한다. 의심이 버릇이 되면 서글퍼진다. 나는 그들과 친하지 않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밉다. 나는 네가 바른 방향을 향해 적당한 양의 의심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편히 산다.
오늘은 네 외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인형을 들고 ‘만삭 사진’을 찍으러 가는 날이다. 의심할 여지없는 사랑이 너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