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

2021년 9월 14일

by Charlie Sung

직장에 다닌 지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명품 가방 하나를 샀다.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었다. 200만 원이 넘는 가방을 산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가방값을 한 번에 지불할 수 없었다. 몇 개월을 나눠 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기억에서 지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갖고 싶은 것을 감당하기에 내가 가진 것이 적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는 몇 개월씩이나 나눠서 돈을 갚아야 하는 곤궁한 처지를 잊기로 한 것 같다. 나는 돈이 없었고 철도 없었다. 나는 남들에게 뽐낼 만한 애장품을 갖고 싶었고 그것은 200만 원이 넘는 가방이었다. 가방을 사고 몇 달은 애지중지했다. 가방 자태에 설레고 흐뭇했다. 그 만족감은 몇 달 가지 않았다. 이제는 그 가방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방 수납장 구석, 온갖 잡동사니 사이에 구겨져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 가방은 나의 애장품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가방은 내 허영의 상징이었을 뿐이다.


나는 네가 명품을 좋아하는 것을 나무라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천박하다고 손가락질하지도 않는다. 명품 가격에 거품이 없을 리는 없겠지만 명품이 비싸고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명품은 거품이 그 매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 능력이 허락한다면 네가 갖고 싶은 명품을 사줄 의향도 있다. 단, 난 너의 애장품이 명품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치품에 불과한 명품을 애장품으로 간직하는 사람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가난하다. 발버둥 쳐도 예쁘게 포장되지 않는 삶이다. 오죽이나 재밌는 이야깃거리, 추억할 거리가 없으면 명품이 애장품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품 가방 하나 가진 주제에 그것을 금이야 옥이야 아꼈던 당시 내 모습을 떠올리면 다소 가련하다. 비싸고 예쁜 것을 좋아하되 능력 밖의 것을 탐하지 말고 또 누구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너의 애장품으로 삼지 않으면 좋겠다. 난 너의 삶이 풍요롭기를 바란다.


그래도 우리 종종 손잡고 명품 구경 가자.

keyword
이전 13화재능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