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겉멋

2021년 9월 16일

by Charlie Sung

사람은 살다가 보면 저마다의 취향을 갖게 된다. 먹고 입는 것에서부터 보고 읽고 듣는 것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도 나름의 선호를 갖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이나 아마 취향의 수도 다양할 것이다. 나도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 싫고 좋음에 대한 막연한 기준을 갖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음식은 현기증이 나도록 허기가 져도 먹기 싫었고 어떤 사람은 외로움에 몸서리쳐지는 날에도 만나기 싫었다. 영화나 음악, 운동, 입는 옷에 대한 선호도 비슷한 때에 생긴 것 같다. 나의 선호, 취향, 호불호를 지배, 관통하는 핵심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세련됨’이다. 면, 리 단위 벽촌 출신인 네 할머니, 할아버지에 비한다면 나는 완연한 도시 출신이지만 서울 출신이 아니라는 태생적 아킬레스건이 있다. 변방 혹은 시골 출신이라는 자격지심이 있었다. 서울에 산 지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촌놈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간파할까 봐 조마조마하다. 그래서인지 촌스러움에 대해서 만큼은 결코 관대하지 않다. 단호하게 촌스러움을 거부한다.


그 덕에 멋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 입사 교육을 수료할 때는 무려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쾌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아직도 겉멋에 빠져 산다. 말은 아주 그럴싸하게 한다. 내면이 초라하고 남루한 사람이 겉치장에 집착한다고 뭇 타인을 호되게 비난하기도 한다. 자기 눈 속의 대들보를 못 보는 격이다. 그래서 네 엄마에게도 혼나고 내 엄마에게도 혼난다. 철딱서니가 없다고 한다. 지금도 값나가는 것과 세련된 것을 자주 동일시하고 소박한 것을 촌스러운 것과 혼동한다. 언제나 철이 들지 생각하면 사실은 아득하지만 네 엄마를 만나서 철이 많이 들었다. 내 엄마도 못 들게 한 내 철을 네 엄마가 들게 한다.


네 엄마가 아마 너도 빨리 철들게 할 것이다. 각오 단단히 하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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