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국 Sep 03. 2019

디지털 사회에서 아날로그 출판의 매력

만남은 새로운 공동체를 탄생시킨다

시민 기자로 일하며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익숙해 졌을 때, 우연한 기회에 《성수동 쓰다》라는 마을 잡지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첫 시작을 함께한 입장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면, 종이 지면에 글 쓰는 과정은 익숙한 온라인 글쓰기에 비해 낯설고 서툰 경험이었다. 


실제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달리, 아날로그 방식의 출판 제작과정은 이상적인 책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빠른 온라인 글쓰기에 익숙하다보니 느린 아날로그 방식의 출판 과정이 때론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을잡지 《성수동 쓰다》 창간호를 발행한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형태와 구성 틀을 갖춘 동네잡지로 7호 발행을 끝마쳤다.

copyright 김세희 기자

현실적으로 마을잡지가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네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능동적 참여가 가장 크다. 주민, 직장인, 예술가 등의 개성이 담긴 이야기가 《성수동 쓰다》를 통해 연결되고 이야기로 만들어 졌다. 나또한 때론 주민의 시선으로, 성수동 직장인의 시선으로 동네 잡지에 꾸준히 원고를 기고하며 힘을 보탰다. 


느슨하고 유연한 관계

마을잡지에 담긴 언어는 성수동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성수동과 작은 인연을 맺은 여러 대상이 서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탄생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연결된 느슨하고 유연한 관계를 맺고 연결되었다. 나는 마을잡지를 통해 책이라는 매체를 만드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과물의 달콤함보다 함께 만드는 과정의 소중함이 더 값진 경험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꼈다.


『면허증 없는 그녀와 신용카드 없는 그의 유럽 커뮤니티 탐방기』라는 책을 쓴 작가의 북콘서트에서 들었던 말이 꽤나 인상 깊어 계속 기억에서 맴돈다. “만나다는 결국 만든다로 연결된다”라는 그가 남긴 한 구절은 점점 개인화 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서 스쳐 지나가듯 만나는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웠다. 영화 <어느 가족>에서처럼 만남은 가족을 만들고 새로운 공동체를 탄생 시킨다. 때론 만남이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만들고, 비슷한 취향과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로 연결된다. 

영화 <어느 가족> 스틸 이미지

나는 처음 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이점을 눈여겨 봐줬으면 좋겠다. 책은 작가 한 사람의 글이나 그림으로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가 혼자 작업을 시작을 했더라도, 출판 작업 과정에 등장하는 편집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만남이 없다면 더 나은 책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책은 작업하는 과정에서 함께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일상의 여러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관계 맺고 촘촘하게 연결되었던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진다.

이전 02화 세상에 대한 더 나은 이야기를 전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