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면 일상이 다 영감이다”
K-MOOC(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에서 <인간행위와 사회구조>라는 사회학 과목을 수강하던 중 캐나다의 미디어 전문가이자 문화비평가였던 마샬 맥루한에 대해 알게되었다. ‘매스 미디어 -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란 주제로 진행되었던 강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샬 맥루한이 남긴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이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의 의미는 미디어가 콘텐츠를 전달하는 단순한 소통 매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미디어가 지닌 성격이나 관점 자체로도 이미 사람들의 행동이나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주제를 놓고 취재를 하더라도 각기 다른 채널에 따라 다른 내용과 관점으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건 결국 각각의 미디어가 지닌 본연의 정체성과 설립 목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은 내가 기자로 다양한 매체에 소속되어 기사를 제작하면서 크게 공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기자로 일하면서 제작하는 대부분의 기획 기사는 기획 단계에서 소속 기관의 색깔을 반영하여 미리 풀어낼 핵심 주제나 구성을 설정했었고, 각기 다른 조직의 정체성에 맞춰 최초 설정한 방향에 따라 컨텐츠가 만들어 졌다. 가끔은 인터뷰 대상자에게 좋은 내용을 이끌어 냈음에도 기획 기사로 설정했던 구성 방향과 연결 고리가 닿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세상에 공개못한 인터뷰 내용도 꽤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대학교에서 일할 때 《Paradigm shift in chungkang》이란 프로젝트로 취재했던 정광조 애니메이션스쿨 교수님의 이야기였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해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 인터뷰 했던 경험은 아직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졌다. 미국에서 15년 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애니메이터로 일하시다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 새로 임용되어 만난 정 교수님과의 인터뷰는 대화도 술술 풀렸고 참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 애니메이터 세계는 흥미진진했고 자연스럽게 처음 의도하지 않았던 사심 가득한 질문도 대화로 이어나갔다.
인터뷰를 하며 나는 정 교수님께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물었고, 교수님은 대중의 입장에서 본인이 가장 애정하는 작품으로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UP>을 꼽았다. 애니메이션 <UP>에서 주인공 ‘칼’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남겨두지 못하고 수천 개의 풍선을 집에 달아 평생의 꿈이였던 남아메리카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칼 할아버지는 집을 끌고 힘들게 목표했던 곳에 도착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빈 공허함을 느끼게 되고, 어드벤쳐북의 사진을 펼쳐보며 잊고 지낸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다시 발견한다.
픽사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 <UP>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애니메이션 <UP>은 우리가 지금 잊고 있는 일상의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소중했던 일상의 경험들이 존재했기에 나또한 이렇게 좋은 영감을 얻어 글을 쓸 수 있었다. 그것에 참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