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생활 #직장인 #만성피로 #퇴사
타지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첫 한 해의 월급은 상상하는 것만큼 적었고 머물고 있던 원룸은 작은 규모임에도 월세, 관리비, 수도세, 전기세 내야 할 것들이 넘쳐났다. 월세나 관리비가 저렴하지도 않았다. 회사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기에 감수했다. 근로계약서를 쓰고부터 월급이 많지 않더라도 돈을 모아보겠다는 열정으로 적금까지 넣고 있었기에 매월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을 제외하고 나면 그야말로 통장은 텅장이 되곤 했다. 허탈한 내 마음에 기름칠이라도 하듯 서울의 물가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유명하다는 카페나 식당을 가서 기분을 낸답시고 2-3일 정도 다녀오고 나면 다음 월급날까지는 꼼짝없이 손가락을 빨고 있는 신세였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부모님의 보호 아래 있었던 시절이 그리웠고 경제적인 독립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하루하루 뼈저리게 느꼈다.
아침 7시 반에서 8시에 일어나 씻고 준비
9시까지 출근
12시부터 1시 점심시간
6시 퇴근 (간혹 야근) 후 혼밥 겸 혼술
텔레비전과 함께 취침
직장인이 된 나의 일상이었다. 취준생 시절, 직장인의 삶을 꿈꾸며 내가 생각한 일상은 아침 일찍 일어나 건강밥상을 차려먹은 뒤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퇴근을 한 뒤에는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는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꿈은 그저 꿈으로 남았다. 나의 현실은 피곤함이 온몸을 지배했다. 아침의 달콤한 여유는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출근 시간에 늦지 않을 만큼의 시간만 남겨둔 채 최대한 침대에 누워서 버티기가 일수였고, 퇴근 후에는 피로 곰 수백 마리를 온몸에 짊어진 채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아 송장처럼 가만히 누워 시간을 보냈다. 환상 속의 아침 식사, 운동, 저녁 약속에 쏟을 에너지 따위가 없었다.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내 일상이 지루했다. 그 속에서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대학생 때에는 내 힘으로 돈 벌며 살 수 있는 직장인을 그렇게도 바랐는데, 직장인이 된 지 반년이 지나고부터 나의 일상이 무료해지자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생겼다. 청개구리 심보인가.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 삶도 꽤 괜찮다고 느끼게 해 줄 어떤 것이 필요했다. 귀차니즘으로 방치했던 나의 아침과 저녁 시간을 활용해 자기 계발을 시도했다. 회사 맞은편 헬스장을 등록해보았으나 퇴근 후 나 스스로의 계발은커녕 센터 발전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한 꼴이 되어버렸다. 영어 실력이라도 키워보자며 시작한 인강은 영어학원의 무궁한 번창을 기원하는 기부금으로 날렸다. 이러다 없는 돈을 끌어모아 기부천사가 될 판이었다. 이미 피곤이 내 몸을 지배한 지 오래라 그 어떤 것도 출근 전과 후에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하루 종일 춤을 춰야 하는 일도 아니고 쉬는 시간 없이 말을 해야 되는 일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렇게 피곤하고 지치는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
내 몸은 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또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이 터져나가도 여유를 누리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급여 / 월급은 작을지언정 보람을 느끼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만한 일 / 돈이 되지 않지만 업무량이 극히 적고 내 시간이 많아 여유로운 생활이 보장되는 삶. 이 중에 나의 일은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내 생활의 여유, 경제적인 여유 하다못해 일의 만족도가 보장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일인 걸까.
스스로에게 던진 끊임없는 질문과
나의 일과 생활에 대한 계속된 고민 끝에
나는 취업한 지 1년이 되기 1달 전,
퇴사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