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프로 14인치(1)
나에겐 10년 된 맥북에어가 있다. 2012년에 구입한 기본형 모델로 포트폴리오라는 걸 처음으로 만들었고 8시간씩 걸리는 렌더링(그것도 부트캠프로)도, 코딩도 모두 그 하나의 맥북으로 했었다. 취직하면 그때 당시 처음 나왔던 레티나 맥북프로를 산다고 다짐했었지만 회사에서 맥북을 지원해주기에 나의 두 번째 맥북은 계속 없어왔다.
2년을 고대하며 산 5K 디스플레이의 아이맥은 인테리어 역할을 더 충실히 하고 있었고 아이패드 프로와 매직 키보드도 그 쓰임새가 분명했다. 물론 회사에서 지급받은 맥북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회사 물품이었다. (슬슬 지름의 명분을 구체화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새로운 맥북 프로가 출시되었다. 꽤 오랜만의 풀체인지라 성능부터 디자인까지 호기심을 갖기 충분했지만 늘 그렇듯 문제는 가격이었다. 그리고 나름 치밀하게 짱구를 굴린 끝에 다음 공식을 찾고 말았다.
아이맥 + 아이패드 = 새로운 맥북프로 14인치 깡통형
애플은 신학기를 맞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제품 가격을 깎아주는 게 아닌 에어팟을 덤으로 주는 프로모션 (정말 애플은 할인이란 개념을 모르는 거 같다.)인데 작년까지는 학생이 아니어도 구매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올해는 깐깐한 대학교 인증 절차가 추가되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 와이프 학교 계정을 이용해 주문을 하였고 정확히 1달, 무려 32일을 기다린 끝에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새로운 맥북에 대한 공통된 의견은 성능은 좋으나 두껍고 못생겨짐이었다. 14인치는 무겁고 16인치는 못 들고 다닐 거 같은 무게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정말 오래된 옛날 맥북을 떠올리게 한다. 외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기존 디자인이 아닌 일정한 두께의 디자인은 날렵한 맛은 덜하지만 그만큼 단단함을 준다.
그리고 이 단단함은 좀 더 무거워진 무게와 mini LED 디스플레이로 좀 더 두꺼워진 상판, 그리고 하단의 맥북프로 음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단단함의 마무리는 상판의 애플 로고가 담당하고 있다.
얼핏 보면 정말 크게 느껴지는 이 애플 로고는 옛날 맥북과 달리 더 이상 빛이 나오진 않지만 빛 대신에 사이즈로 그 존재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14인치 모델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이 로고는 맥북에어와 기존 맥북프로를 구분하는 첫 기준 역할도 하고 있다. 단단하고 투박하지만 강조가 확실한 디자인, 참 마음에 든다.
애플은 ‘없애기’의 달인이다. 아이폰에서는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무선이어폰 시장을 키웠고 맥북에서는 USB-C단자와 이어폰 단자만 남겨놓고 기존에 잘 있던 HDMI, SD카드 슬롯을 없애고 USB-C 허브 시장을 키워냈다. (참 고맙다 애플) 그뿐만이 아니다.
터치바를 넣으면서 ESC키와 Fn키를 없앴고 별 불만이 없었던 키보드 메커니즘을 바꾸고, 참신하다고 평가받던 맥세이프 충전단자도 없애버렸다. 사람들은 불편보다 애플이 제안한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고자 노력했고 USB-C 허브는 무조건 사는 제품이라 여기며 필수적으로 구매해왔다.
그랬던 애플이 이번에는 뺐던걸 다시 넣어줬다. 무려 풀사이즈 HDMI 포트, SD카드 슬롯, 심지어 맥세이프까지 넣어줬다. 더 놀라운 건 이걸 무슨 새로운 기술인 것처럼 소개하는 대목이었다. 빼 달라는 의견 없이 빼놓고선 의견을 수렴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고 포장하는 애플, 앞뒤가 안 맞아 보이지만 애플만이 할 수 있는 그 뻔뻔함이 대단하기도 했다.
HDMI 포트는 너무 편하다 못해 어색하기까지 했다. USB-C 허브 없이 미팅에 참석하는 게 이리도 불안할 수가.. 마찬가지로 허브 없이 카메라의 사진을 불러오는 경험은 애플이 설명한 것처럼 마치 신기술인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단, 맥세이프는 아니었다. 새로운 페브릭 재질의 케이블과 더 빨라진 충전 속도가 강점이지만 맥세이프를 어필하기엔 이미 애플이 USB-C 케이블 시장을 너무 키워놨다. 충전은 기존처럼 USB-C로 하고 있고 맥세이프 케이블은 박스에서 꺼낸 적이 없다.
전체적인 디자인, 다시 돌려준 인터페이스 모두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 경험과 관련된 기능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비싼 만큼 두 편 정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