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의 약속을 중요시한 안창호 선생은 바보였을까
코로나19 여파로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일명 코로나 블루(정신적 우울감)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는 3월 10일 기준으로 7,500명이 넘어 이제 만명 돌파는 시간 문제인 듯 보입니다.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인 것이 일상이 되어 갑니다. 이럴수록 국민들 마음에는 무언가 희망이 되는 소식을 듣고자 하기 마련입니다.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기도 하고 스포츠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우리나라 영화가 해외에서 1등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민들은 나라가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우선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평안하게 해주길 바라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는 되려 고통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날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코로나 여파도 있겠지만 4.15 총선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지도자가 되겠다는 자들의 ‘약속’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어 미래 한국 정치의 희망을 가져오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출사표를 던지며 지지를 호소하며 수많은 약속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렇게 뽑은 국회의원들이 후보시절 고개를 숙이며 남발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를 하얗게 잊어버리고 또 어떤 새로운 약속을 던지나 지켜 봅니다.
사실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냉소는 그 심각함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정치하는 사람은 ‘도둑놈’, ‘사기꾼’이라는 말이 그렇게 비약은 아닌 듯 한것도 사실입니다.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고민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이익과 정파에 따라 국민위에서 특권을 누리며 국민과의 약속보다 정파에 대한 의리를 먼저 따지는 자들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냉소 뒤에는 진정한 '지도자'가 부재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딛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국민을 향한 신의(信義)를 지키는 존경하는 지도자가 나타나길 바라는 열망이 있는 것입니다.
국민이 정치인을 외면하고 냉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머리를 조아리며 표를 구걸하면서 금배지를 달고 나면 사루비아 같은 달콤함에 취해 약속의 무게보다 힘이 들어간 목과 어깨를 치장할 품위 유지의 무게를 더 중시 여기는 천박함은 우리 정치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반동(反動)임이 틀림없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3월 10일 서거 82주기를 맞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일화 하나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약속’ 지키는 사람을 바보로 보는 이상한 사회
'약속'을 생명처럼 여겼던 도산 안창호(島山 安昌浩)선생은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왕 생신축하식에 폭탄을 투척한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될 위기에 몰렸으나 한국인 소년동맹의 5월 어린이 행사에 내기로 한 기부금 금2원의 전달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년동맹 위원장 이만영군의 집을 방문했다 결국 체포되고 맙니다. 충분히 도피할 시간이 있었지만 선생은 한 소년과의 약속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안창호 선생은 바보였을까요?
선생은 '약속'이 국가의 신뢰와 사회의 신용을 위한 매우 중요한 행위이자 시스템임을 강조했습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도 말고, 약속을 지키지 않기 위해 거짓을 행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주범이라고, 이를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라고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 ‘약속’을 너무나 홀대하고 무시합니다. 회의 시간에 늦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약속된 기일을 지키지 않고, 예약한 음식점에 나타나지도 않고, 빌려간 돈을 갚지 않고 더 나아가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고,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정치인은 시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지 않는 행태들. 우리 곳곳의 모습은 이 ‘약속’이 사라진 무서운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요.
목숨을 걸고 한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려 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이 추구했고 동경했던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 약속에서 시작하고 약속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입만 열면 상대방을 헐뜯기 바쁜 작금의 이 혼란한 정치판에서 안창호 선생의 '약속'의 의미가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도자의 약속에 목말라 하는 국민들의 눈물과 탄식이 우리 사회에 휘몰아 소용돌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