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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25. 2020

훤히 들여다볼 때 일어나는 특별한 일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힘

제8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은유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2016년의 은유가 1년을 살아가는 동안 1982년의 은유는 20년의 세월을 살아간다. 그 속도의 차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완벽하게 낯설었던 서로의 세계로 들어서게 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소설로도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왔지만, 이 작품의 고유한 힘,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 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내용 스포일러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한자리에 앉은 그대로 책 한 권을 다 읽어 내려간 것 같습니다.

독서 모임 지정 책이었기 때문에, 오늘 나의 삶의 문제에 답을 얻기 위해 고르고 골라 읽게 된 책도 아니고,

배워야 할 것들과 습득해야 할 지식들을 위해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가며 읽게 된 책도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찌 되었던,

두 명의 은우가 시간을 초월하여 주고받는 편지글은,

은유의 어깨너머로 편지를 함께 읽는 느낌을 주며, 책에 깊게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특별한 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일 거야.”

처음에는 이 말에 동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지라도, 나의 어떠함과는 상관없이 기분 좋은 특별한 일이 나에게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특별한 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어떠한 특별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 일이 아주 잠시 특별할 뿐이지, 그 사람의 삶 가운데 특별한 추억이나, 특별히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로 남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딸 은유도, 겉으로는 아빠의 관심보다 무관심이 더 낫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 마음속으로는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건너 자신에게 온 엄마 은유의 편지가, 특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던 것은 아닐까요.



(Photo by @sharonmccutcheon)


“언니. 사람들 속마음을 다 열어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유리잔에 있는 물처럼 그렇게 훤히 보이면. 그러면 아빠랑 나도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오해하지도 않고, 의심하지도 않고,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 겁먹지도 않을 텐데.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거야? 언닌 알고 있어? 답장 기다릴게.”


딸 은유의 이 편지글을 마주하고는, 나도 모르게 책에 푹 빠져서 빠르게 읽어 내려가던 속도가 늦춰지고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 은유는 딸 은유에게 “물론 너더러 무조건 견디라는 말은 아니야. 그 힘든 훈련을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감독님도 있고 코치님도 있는 곳에서, 라이벌도 있고 동료도 있는 곳에서 하는 건 어때? 그래야 조언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나에게는, 유리잔에 있는 물처럼 내 속마음을 훤히 보여 주었을 때, 또는 그 반대로 상대방의 속마음을 훤히 보았을 때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되는, 감독님, 코치님, 라이벌, 동료’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존재가 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러한 존재인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엄마 은유의 편지와 아빠의 편지를 통해, 딸 은유는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렇게 한발 한발 두 사람 사이는 가까워지겠지만.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도 이렇게 좋은 결말이 맺어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Photo by @copal)



그러다가,, 나는 내 모습을 훤히 들여다보고도 나를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은유는, 아빠가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아빠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들여다보게 된 뒤, 아빠를 조금씩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은유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나를 훤히 들여다보았더니, 온통 약하고 악한 모습뿐이지만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하셨던 그리스도 덕분에 나를 받아들이고.....

내 주변 사람의 약하고 악한 모습을 훤히 들여다보게 된 순간을 지나, 그럼에도 그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생각하게 될 때, 그 사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런 특별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특별한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유리잔처럼 내 속마음을 훤히 내 보여도 괜찮은 사람, 그 속마음이 훤히 들여다 보여도 괜찮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어딘가에 있을 은유에게 까지 그 특별한 일이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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