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같이 섬세하고 신처럼 대범한

바라나시 이모저모(1)

by 조작가


깨알같이 섬세하고, 신처럼 대범한


바라나시에서 지내는 동안 아침 가트 산책 코스는 계속되었다. 처음은 바다처럼 펼쳐진 강물과 인도인들의 큰 눈빛에 압도당해 정신이 없었지만, 점점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이 지나서는 화장터의 냄새와 풍경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가트에 널린 각종 빨랫감까지도 흥미롭다. 속옷부터 시작해서 화려한 사리까지. 날 때부터 매일 빨래만 해야 하는 계급의 세탁 맨들이 강가에서 빨아놓은 천들을 볕이 좋은 가트 주변에 널어둔다. 형형색색의 색면으로 뒤덮이는 풍경은 노동의 결과로만 바라보기 아까운 예술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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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의 빨래널기는 예술에 가깝다.


산책 후에는 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을 주문했다. 아침은 꼭 먹어야 일상의 신체 작용이 돌아가는 나에겐 ‘잘 갖춰진 아침 식사’는 의식과도 같다. 첫날 아침의 메뉴는 간편하고 평균적인 맛을 보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달걀과 토스트, 차이> 세트로 주문했다.

간단한 아침을 마치고 다음 숙소를 찾아 나섰고, 운 좋게 근방에 새로 오픈한 깔끔한 숙소에 예약을 걸어 두게 되었다. 이후에 여러 숙소를 거치며 느낀 생각인데, '세계 장부 쓰기 대결'(과연 그런 게 있을 리는 없지만)을 벌인다면 인도 사람들이 세계 1등의 완벽함을 자랑할지도 모르겠다. 숙소마다 최소 8절 도화지 크기의 커다란 숙박 장부를 갖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철저하게 빈칸 없이 꼼꼼히 적어두었다. 깨알 같은 글씨로 행과 열을 맞춰 펜을 꼭꼭 눌러 기록했다. 어차피 쓰는 사람 마음대로인 숙박 장부인데, 이렇게까지 깨알 같은 정보를 인터뷰하듯 수집하고 꼼꼼하게 쓰고 끝났나 싶더니, 다음 칸에는 힌디어로 무언가 계속해서 정보를 적는다. 대체 뭘 적는 건지, 번역된 언어인지, 알 수 없는 꼬부랑글씨로 많은 칸에 많은 정보가 수집된 정보를 빽빽이 채웠다. 내용뿐 아니라 두꺼운 표지로 단단히 철한 숙박 장부는 – 내용의 정확성과는 별개로-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그것도 모자라 숙박객이 소비하는 식사나 부가서비스는 별책부록 장부에 따로 기록한다! 체크인뿐 아니라 체크아웃할 때도 이 커다란 장부 두 권을 이리저리 오가면서 열심히 기록하고 확인해야만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나름 21세기인데, 컴퓨터를 좀 쓰면 어떨까 하겠지만, 그리고 그 장부가 과연 정확할까 싶은 걱정이 앞서겠지만, 그들에겐 깨알같이 섬세하고, 완벽을 생각하는 진지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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