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도 길은 이어진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에
두려운 마음을 안고 내딛는 걸음
먼저 출발한 이들에게 물어보아도
그들의 것과는 조금 다른 풍경들에 다시 망설인다.
누구에게나 처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일하게 주어진 공평함일는지
목적지까지 곧게 이어진 길이라면 좋으련만
자주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나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은 어디쯤일까
그걸 알면 길을 잃은 게 아니겠지
머무르기보다는 나아가고 싶어서
목적지가 아닌 발걸음에 마음을 둔다.
길을 잃었는데도 길이 이어진다.
나는 여전히 걸을 수 있고, 헤맬 수 있다.
통증 치료를 받으러 낯선 곳에 오게 됐는데, 버스나 지하철로 못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합니다. 머무르고 있는 집과 병원이 멀어서 버스를 오래 타야 하는데 정류장 이름이 익숙지 않아서 내려야 할 곳을 많이 지나쳤어요. 하필 내린 곳마다 뭔가 꼬여서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서 이리저리 헤매야 했답니다. 그래도 그마저도 여행 삼아 어디로든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어요. 내가 길을 잃어도, 길은 이어지더라고요. 애초에 길을 '잃었다'는 것도, 나만의 생각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