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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삶은유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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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y 25. 2017

그림자

빛이 그린 초록

초록, 네가 나를 보고 있다면

너는 이미 바닥에 닿았거나

바닥을 향하고 있겠지


너만 나를 가진 것이 아닌데도

네가 마주한 어둠에 아마 놀랐을 거야

나를 미워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나는 말이야

빛이 너를 비추고 있어서 생기는

흔적 없는 흔이란다


바닥이 없다면 나도 없고

네가 없다면 나도 없어

나는 빛이 그린 초록이지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서

네가 만든 그늘을 한 번 보렴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 초록인지




우리가 바닥을 딛고 서 있는 한, 살아 있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운. 그것은 슬픔이면서도 슬픔이 아니다. 그림자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내가 좋아하는 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난다). 세상을 비추는 빛에게는 우리의 삶이, 우리의 그림자가 한 폭의 그림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사진 - 선명한 새벽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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