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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삶은유 07화

물방울의 여행

구름에서 바다까지

by ViDA

나는 저어 하늘 위에서 왔어

함께 하기 위해서는 땅으로 올밖에 없었단다

땅에서 보면 마냥 아름답기만 한데

그곳은 너무 춥고 외로웠거든

혼자는 아주 가벼워서 동동 떠 있었지만

친구들과 손을 잡았더니 무거워진 거야


처음에는 무서웠어

하늘에 올라간 일은 기억도 안 나는데

떨어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거든

그저 아득하게 내려다 보기만 했던 그 땅바닥에

하고 내려앉는 순간 흩어지기도 했다가

낮은 곳에서 다시 모였지


점점 더 커다란 하나가 되었

그렇게 만나면 만날수록 더 무거워져서

저절로 더 낮은 곳으로 흘갔단다

속도가 붙으면 신이 났지만

어딘가에 부딪힐 때면 부서짐도 심했어

우리는 늘 부서지거나 비켜 흘렀지


아래로 가는 이유는 잘 몰랐어

바다라는 곳에 닿게 된다는데

우리도 본래 그곳에서부터 왔다는데

아무도 기억하 못해서 나도 잘 몰랐던 거야

그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

서로에게 몸을 맡기고 흘러가고 있단다


가끔 혼자가 되고 싶기도 했어

왔던 길을 되돌아 가려고도 해 보고

더 빨리 가려고도 해 보고

친구들을 놓고 혼자 뛰어 올라서

저 하늘에 다시 닿고 싶어 안간 힘도 보았지

물론 헛수고였어

얻는 것 없이 고통스럽기만 했거


부딪히고 부서지는 것이 두려웠어

모든 것이 바다로 향하고 있기에 생긴 일이지만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모를 수밖에 없단다

과연 내가 무사히 바다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며

언제나 힘주어 내 걱정만 하느라

함께의 소중함도 모른 채 지쳐버렸네


그냥 맡기고 힘을 뺐더니 어느새 바다였어

가장 빨리 바다에 닿는 방법은 바로 그것이었지

어차피 함께가 아니면 흐를 수도 없었는데

나는 혼자서 그리 애를 썼을까

함께 흐르는 친구들을 잊어버릴 때가 많았는데

우리는 정말 모두 하나였더라




긴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마워, 친구!


우리는 모두 작은 물방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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