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심 속 패션 번화가 이름은 죄다 로데오거리라고 불리는걸까?
웬만큼 발달한 패션거리라면 항상 붙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로데오 거리! 입구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자랑스럽게 RODEO STREET라는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있고,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로데오 경기하는 카우보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하지도 않은 스포츠, 로데오는 어떻게 지역 곳곳에 침투하게 된 걸까요?
우리나라에 로데오 거리라는 이름이 퍼진 경로는 명확합니다. 그 시작은 미국 LA 베버리힐즈의 Rodeo Drive. 명품 매장이 줄줄이 자리 잡은 쇼핑의 메카죠! 이 거리의 영향을 받아 80년대 중반 즈음 압구정동 한복판에 로데오 거리가 생깁니다. 당시 힙스터였던 오렌지족의 놀이터 로데오 거리의 명성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곳곳에 로데오 거리라는 이름을 유행시킵니다.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이 인기를 얻으니 유사한 이름으로 전국 곳곳으로 퍼진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겠죠.
재미있는 것(?)은 이 로데오 거리가 사실 카우보이가 말을 타는 로데오 경기와는 연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베버리힐즈에 Rodeo Drive라는 이름이 붙은 건 원래 그 지역의 지명인 ‘El Rancho Rodeo de las Aguas’에서 기원하기 때문이죠. 스페인어로 Rancho=목장, Rodeo=둘러싸다, Aguas=물. 아마 이 일대가 물이 풍부했기 때문에 ‘물에 둘러싸인 목장’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기원은 모른 채 마구잡이로 이름만 가져오다 보니 로데오 경기를 본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우리나라 곳곳에 카우보이 동상이 자리 잡게 된 웃픈 현실. 아! 스포츠 경기 Rodeo의 어원도 같은 뜻을 가진 스페인어 rodear 에서 기인한다고 하니 그나마 접점을 찾자면 ‘어원은 같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