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다른 통행체계
해외여행 갈 때마다 사소하게 궁금해지는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왜 우리나라는 우측통행이 기본인데, 이 나라는 좌측통행이 기본일까?'였습니다. 일관성 있게 대륙별로 다른 것도 아니고.. 영국은 좌측통행인데 프랑스는 우측통행이고. 우리나라는 우측통행인데 당장 바로 가까이에 있는 일본은 좌측통행이죠. 그냥 전세계가 통일하면 서로 편할 텐데 왜 다른 걸까요? 나라마다 통행 방식이 정착된 이유는 각기 다릅니다만, 오늘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대해서 이야기해드리려고 해요.
한국은 우측통행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어요. 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면 왕실 의식이나 종묘 제례에서도 우측통행을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게다가 1905년 고종 황제가 처음으로 자동차를 탔을 때도 대한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우측통행을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조선총독부는 한국의 한국 통행 방식을 좌측통행을 바꿨습니다. 일본은 좌측통행을 기본으로 하는 나라였거든요.
일본은 오래전부터 좌측통행을 해왔다고 해요. 사무라이들이 칼을 주로 왼쪽 허리에 차고 다녔는데, 칼집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왼쪽으로 걷는 것이 자연스러웠거든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영국의 철도 기술을 도입하면서 좌측통행을 아예 법제화합니다. 그리고 이게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서 일본은 도로에서는 좌측통행이 기본 원칙이 되었죠.
우리나라의 좌측통행이 우측통행으로 다시 바뀐 건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되면서부터예요. 하지만! 차량만 우측통행으로 바뀌고, 보행자는 그대로 좌측통행을 유지하게 됩니다. 무려 2010년까지요! 차량은 우측통행을 하면서 보행자는 좌측통행을 하는 이런 혼합보행 체계는 단점이 더 많은 제도라 그동안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는 많았지만 뒤늦게 바뀌게 된 것이죠.
법이 바뀐 지 이제 10년도 넘었지만, 어릴 때 학교 다니며 좌측통행을 기본이라고 배운 분들이 많아서인지, 지하철역 환승할 때 보면 우측통행하는 사람과 좌측통행 하는 사람이 늘 뒤섞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