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언제부터 이렇게 초록색을 좋아했나..?
높은 곳에 올라가 창밖을 내려다보면 건물의 옥상들은 거의 초록색으로 가득 찬 것 같아요. 딱히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건물의 옥상은 초록색 페인트로 칠하는 걸까요? 혹시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페인트 회사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쭈욱 찾아보니 한참 방수 페인트를 쓰기 시작한 8~90년대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색이 녹색이었고, 아무래도 다른 색보다 관리하기 쉬워서 자연스럽게 옥상을 초록색 페인트로 칠하는 게 보편화되었다고 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은 관습으로 굳어졌고요! 지금이야 우리 눈에 초록 옥상이 예쁘기는커녕 촌스럽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아니었나 봐요. 실제로 당시 뉴스를 찾아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계속해서 초록색이었고,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한참 도시 미관을 가꿀 때 정부에서도 옥상을 초록색으로 칠하길 권했다고 하거든요.
2012년에 <맨 인 블랙3> 개봉을 앞두고 윌 스미스가 한국에 왔다가 고층 건물에서 찍은 서울의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이 포스팅에 서울의 옥상 모습은 왜 이렇게 아름답냐는 댓글이 많아서 화제가 된 걸 생각해 보니, 어쩌면 우리가 초록색 옥상에 너무 익숙해서 질렸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Cool Roof 캠페인’을 통해 옥상을 흰색이나 회색으로 칠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흰색 특수 페인트를 칠하면 태양열을 반사하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무려 3~4℃ 낮추는 효과를 얻어 온실가스 저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 방수제 안료로 쓰이는 산화크롬이 녹색이라 그 영향으로 방수 페인트 색도 거의 초록색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것이 이유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페인트에 들어가는 산화크롬의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다른 색으로 염색하는 건 매우 쉬울뿐더러, 크롬이 4대 중금속으로 분류되면서 페인트 안료로 안 쓰인 지도 꽤 오래되었다고 하거든요.
설명이 조금 길어졌는데요, 우리나라 옥상의 색이 초록색인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수요가 많아서 공급이 많아졌고, 이게 자연스럽게 관습으로 굳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