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일 학교 빨리 가야 돼
왜
중간고사
아
지각이 허용되지 않는 시험 기간
오전 11시의 현관문 소리
나는 흠칫 놀라고
아들 (벌써) 왔어?
지금 밥 먹을래?
부지런히 밥을 차리고
어느덧 내일이 마지막 날
하루는 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는 척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어떤 걸 더 섭섭해할까
밥 먹는 아이 옆에 자연스럽게 해맑게
시험 잘 보고 있지?
다 찍었는데?
피곤과 공허함이 담긴 표정
중학교 때 좋아했던 선생님 과목
사회 시험 보는 날의 유일한 생기
그나마 시험 시간이 견뎌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모든 날
이른 점심을 먹은 네가 자러 들어가면
꽉 다문 입처럼 네 방문이 아른거려서
나는 또 에코백 책 이어폰
때 이른 패딩을 목까지 잠그고
홈런볼 빅사이즈도 하나 사고
인적이 드문 탄천 숲길
벤치 앞에 떨어진 붉은 낙엽
내 아지트에 앉아
소설을 읽으며 조금 훌쩍이다가
어떤 문장 하나를 가슴에 품고
어느덧 작은 아이 하교 시간
끙하고 일어나
돌아오는 길
나무마다 던지는 시선
정성스럽게 더 정성스럽게
그러고 싶어서 그래야 해서
오늘 저녁은 또 뭘 해 먹일까
허공에 대고 그제사 나오는 말
수고했다 아들 애쓴다
오늘도 변함없는 일상
아들의 시험 기간에
시도 아니고 뭣도 아닌 싱거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