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중국어 통번역의 어려움

by 모순

통번역을 하다 보면 원문의 틀에 갇혀 적합한 표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어는 한자 독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국에서 쓰이는 한자 그대로 써서 중국어로 옮기거나 중국어를 한국어 한자 발음 그대로 옮기는 경우다. 뜻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어색할 때도 많다.


예를 들어 主動이라는 중국어 표현을 ‘주동’이라고 옮겼다. 제출 기한에 맞춰 보낸 아쉬운 표현은 마음에 남아 나중에 적합한 한국어 표현을 만나기도 했다. 한국어로 된 자료를 보다 ‘자발’이란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主動은 주동이라는 표현보다 ‘자발’로 옮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나만의 번역 사전 자료를 모아간다. 풍부한 어휘를 갖추어 언제든 자연스럽게 옮겨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발’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 한자 그대로 옮겨 어색하지 않도록 중국어 主動이란 표현이 입에 붙도록 계속 연습한다.


번역을 할 때 좁은 모국어, 외국어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왜 이렇게 쓸 수 있는 모국어, 외국어의 범위가 좁은 걸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저 말을 들으면 역설적으로 코끼리가 떠오른다. 쓰는 말과 생각의 프레임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깊숙이 있다. 좁은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어를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통역을 공부했지만 통역을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잘 모르는 내용을 완벽하지 않은 언어로 바로 옮겨내는 일은 내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업무상 갑자기 통역할 일이 자주 생긴다. 하고 나면 더 잘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는다. 통역과 번역을 직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외국어 실력을 갈고닦고 싶다면 통번역 훈련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하다 보면 가장 쉬운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실력이 정체되는 것 같다. 그럴 때 남이 하는 말이나 글을 외국어로 옮겨보면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옮겨야 하는 부자유 속에서 쓰지 않았던 표현을 익히게 되고 자유로워지는 범위가 어느새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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