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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Aug 14. 2023

범죄자의 동기가 중요한 이유

fleeting notes

기자 시절 경찰서를 38개월 정도 출입했다. 출입처 변동 없이 쭉 한 팀에만 있었으니 꽤나 오래 있었던 셈이다.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잡혀오면 나를 포함한 경찰 기자들의 관심은 대체로 두 가지로 쏠렸다. 정신질환 여부와 범행 동기. 이 두 가지에 대한 기자들의 집착질문은 절뚝이는 사자를 본 하이에나처럼 집요하기 그지없었다. 정신질환 여부도 큰 틀에서 범행 동기의 일부로 본다면 결국 기자들의 눈은 한 곳으로 모였던 셈이다.



딱히 왜 그럴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선배들에게 그렇게 배웠고, 후배들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동기는 왜 중요한 걸까?


지난 주말 한 뉴스레터를 보다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범죄자의 동기를 알아야 하는 까닭은, 비일상적인 범죄와 내 삶을 구분해 일상의 평온을 지키기 위함이다. 이런 얘기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평범한 삶의 공간에서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서워지는 요즘입니다. 무서움을 느끼는 건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과 미지의 동기라는 요소가 합쳐져 나도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일 걷는 출퇴근길, 주말을 즐기는 쇼핑센터, 그리고 안락한 주말 밤을 보내는 집. 이런 곳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없다면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

범행의 동기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범죄의 원인을 파악한다면 제삼자에게 벌어진 사건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나에게는 쉽게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해석해 평범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런 동기가 없거나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피해자가 내가 되지 말란 법이 없기에 쉽게 공포가 퍼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 뉴스레터는 예전에 내가 쓴 (2)흔적 없이 사라지는 기사들에 나오는 기자 A가 만들고 있다. 공자님께서는 일찌감치 삼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이라고 하셨다. 덕분에 하나 배웠다.



(뉴스레터 링크)

https://kokkiri-note.stibee.com/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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