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했지만 전하지 않을 편지
띠링. 이혼 신고 업무 처리가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이제 이런 문자는 태연하게 넘길 정도가 되었다. 신경 쓰지 않고 잘 준비를 하다가 문득 남편의 마지막 편지가 생각났다. 우리에게 봄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편지 문구가 머리에 콕 박히어 빠지지 않았다. 각자의 봄을 맞이한 이제야 전하지 않을 답장을 써보려 한다.
00이 아빠.
그동안 고마웠어. 결혼 후의 삶을 통째로 부인하기에는 그래도 의미 있었고 살면서 아주 가끔 평온한 순간도 있었어. 가다듬어지지 않은 나를 어떻게든 이끌고 가려 노력한 것도 알고 있어. 그러다 지쳐 해선 안될 행동도 많이 했지만 가정의 소중함을 알려주려 이리저리 방법을 생각했던 것도 알아. 끝내 따라주지 않아서 미안해. 행복을 빌어주기까지는 못하겠다. 네가 나에게 저지른 잘못을 내가 아직 다 용서하지는 못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빌게.
이혼 결정 전부터 사진과 추억들은 흔적도 찾지 못하게 미련 없이 버렸었어. 가치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우리가 가족이라고 명시되어있는 가족관계 증명서 한 장은 버리지 못한 채로 서랍에 넣어두게 되더라. 그래도 오빠랑 결혼했었다는 사실 자체는 버리고 싶지 않나 봐. 그걸 부정하면 우리 아이까지 부정하게 되니까. 차마 그건 못하겠더라고. 아이 때문에 이 시간을 이 악물고 버텼다고 생각했었어. 이렇게 무너져 버린 지금은 아이에게 몇 년이라도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 같아 다행이야.
이혼 신고를 하며 오빠의 뒷모습을 찬찬히 봤어. 까칠한 손과 머리카락. 무거운 어깨.. 이제 남이 되니 그런 게 눈에 들어오더라. 같이 살 때는 그림자마저도 보기 싫어 방문을 닫아버리던 나였는데... 오빠의 말처럼 우리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데 왜 서로를 짓밟으며 꾸역꾸역 같이 지낸 건지.
앞으로 면접교섭을 할 때마다, 양육비가 오고 갈 때마다 연락할 일이 종종 생기겠지. 부정적인 말을 하려할때마다 오늘의 반성을 생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