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하다. 지금 나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격리에 들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데다 다음 주가 확정 기일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찾아다 붙이려면 주렁주렁 매달 수 있다. 그중 다음 주가 확정 기일이라는 사실이 매분, 매초 흔들림의 상태를 각성하게 한다. 여러 가지로 지난날에 대한 생각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이혼을 결정하고 잘 살 수 있다며 스스로 다독이고 최면을 걸며 여기까지 왔지만 정리의 과정은 그 과정마다 괴롭지 않은 게 없다. 흔들리며 사는 거라지만 이제는 좀 그만 흔들리고 싶다.
이런저런 잡념에 떠밀려 생각의 파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결혼생활을 하던 내가 있는 곳까지 떠밀려 간다. 그러다 불행했던 결혼생활 중 애달팠던 기억에 걸리고 만다. 혼자만의 공간에 대한 기억이다. 끝내 찾을 수 없었던 '혼자'를 찾아 내내 떠돌았던 기억.
전남편에 대한 불만과 화가 아이를 향할 때가 많았다. 그런 순간을 자각할 때면 처음엔 카페로 도피했다. 혼자 2~3시간 정도 머리를 식히다 오면 그래도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끊임없이 나한테 포기하자는 말을 했다. 포기하면 편하다. 포기하면 편한데 왜 포기를 못하니 스스로를 타이르기도 했다. 그러다 혼자만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로 도망친 게 아이에게 미안해져서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산책을 하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산책도 자전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가 다녀오는 동안 집안일은 쌓여있고, 내 일은 여전히 밀려있고, 아이는 내가 혼자 있었던 시간만큼 보살핌을 요구했다. 혼자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정말 부단히도 노력했었는데 끝내 그 갈증은 해소되지 못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다 망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날에는 쓰레기를 버리고 온다고 하고서 차에 가서 2시간 동안 멍하니 있다가 오기도 했다.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었다. 가사노동도 하고, 혼자 너무 행복해서 나중에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 나만의 시간.
최근에는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내가 해야 할 가사노동은 더 많아졌고 아이를 챙겨야 하는 범위도 늘어났음에도 혼자 있다는 기분이 든다. 아이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지 않게 됐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갈구하던 내가 진실로 혼자가 되니 홀로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때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나에게는 쇠창살처럼 느껴졌나 보다. 혼자만의 시공간은 혼자가 된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예전엔 카페에서 차에서 뭘 먹으며 풀었던 걸 이제는 글을쓰며 풀게된 이 삶에도 적응을 하고 있다. 그리고 혼자 있을때 외로운것은 견뎌낼수 있지만 같이 있으면서 외로움을 느끼고 같이 있으면서 혼자 가정을 이끌어나간다는 생각이 더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주면 이제 서류까지 마무리가 된다. 더 이상 마무리할 것이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섭섭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이제 막 피려는 벚꽃을 보며 묻는다. 작년에 아이 아빠와 아이와 벚꽃을 보러 왔을 때는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이혼할 줄 알았을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까? 똑같이 이 길을 걷고 있겠지.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었던 반면 결정 이후 모든 것이 마감되기까지는 딱 세 달 걸렸다. 결단을 내리고 실행한 나에게 정말 고생했다며 위로해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