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티고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으면서 괜찮게 될거라고 다독였다. 그래 이혼 뭐 별거아니다. 어떻게하다보니 이렇게 되었고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거지. 주변사람들도 의외로 아무렇지 않은 나의 모습이 잘 지내는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또 무너졌다. 근 3주간 우울함이 나를 뒤덮어버렸고 도대체 헤어나올수가 없다. 벗어나야겠다는 의욕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고 이렇게 버티는 삶이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아이가 아이아빠한테 간 주말은 특히 더 힘들다. 오늘은 일이 있어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가게 되었다. 이 동네에 면접교섭을간 아이와 아이아빠가 있을텐데 갈법한 경로의 근처는 피해서 간다. 혹시나 마주칠까 주변을 살피며 잰걸음을 걷는다. 분명 어제까지 나와 함께 있던 아이인데 아이아빠한테 가있는 동안은 내 아이가 아닌것 같다. 작년 5월 쯤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일부러 마음에 상처를 죽죽 긇어낸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서글퍼서 눈물이 난다. 내가 불쌍한건지 가여운건지 모르겠다. 그냥 다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 못할거라는 사실, 다시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 나를 괴롭힌다.
더 힘든건 다시 돌아가기도 싫은 내 마음이다. 아이 아빠와 함께하는 삶도 무척이나 괴로웠다. 밤마다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불행했고 지금도 불행했다. 이쯤되니 나의 문제 같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가. 가슴이 답답하다. 내가 붙잡고 있는 모든 것들을 놓고 싶다. '놓고 싶다'와 '놓아 버리는 것'은 꽤나 다르다. 한 일주일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지내고싶은데 그 하루하루는 아이의 숙제를 챙기고 집안일을하고 생활비를 계산하며 살아간다. 늦은 저녁 밀린 일도 처리하고 글도 쓰고 싶고 운동도 하고싶은 욕구를 다스리며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이런걸 보면 미래에는 이 고통을 자양분 삼아 끝내는 괜찮게 살고 있고 싶은가보다.
그래 나는 아이와 내가 각자의 삶을 정돈되게 살고 있기를 바란다. 결국 나는 견뎌내고 알을 깨듯 깨어날 것이다. 조금만 더 슬퍼하고 우울하고 침울해하자. 이렇게 밖에 될 수없었던 나를 위로해주고 이렇게 되기를 원했던 것처럼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