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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Jul 05. 2022

첫 도전한 청약에 당첨돼버렸다

나는 흔히 말하는 헛똑똑이였던 걸까. 그동안 경제, 부동산, 주식 등등 돈을 지혜롭게 모으고 현명하게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살았다. 그에 따른 결과로 나는 지금 내 월급과 양육비를 쪼개고 또 쪼개서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지경에 이를 때까지 잘게 부숴서 사용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그냥 주어진 일을 묵묵하게 처리하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의 일부분은 적금에 저축해두고 쓸 때는 또 써가면서 종종 여행도 다니면서 살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나 빼고 모든 사람들이 현재과 미래 모두 윤택하게 살 수 있게 노력 중이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산다는 게 이렇게나 공부할게 많고 골 아픈 일인 건지 이혼 후에서야 피부로 느껴진다.


그러다 갑자기 아파트 청약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당이 무슨 뜻인지 일반분양이 뭔지 특별분양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집공고문을 읽고 부동산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며 읽고 또 읽었다. 지금이 부동산 하락기라는 전망이 대부분이고 대출이자 또한 계속 높아진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 집 없이 살아가는 불안감을 알아버린 지금 내 집 마련이 시급했다.   


청약점수를 이리저리 계산해 보니 이혼은 했지만 결혼을 어린 나이에 했고 대학교 때부터 넣던 청약 통장이 있어 점수가 괜찮게 나왔다. 그리고 결혼 초기 대출금을 같이 갚고 있을 때 공동명의를 하자는 나의 요구를 아주 가뿐하게 무시해버린 전남편 덕에 나는 계속 무주택자였다.


그리고 결과 발표의 날. 00:00에 발표가 난다고 하여 그때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푹잤다. 이런 결과를 기다릴 때는 불합격이나 당첨되지 않은 상태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냥 결과가 어떨지 설레 하는 시간을 오래 가지는 편이 좋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확인을 해보니 당첨! 처음 넣은 청약에 바로 당첨이 되다니! 당첨사실을 알아마자 대출이며, 아이 공부할 곳, 직장 등등 여러 가지 생각해야 할 거리들이 넘쳐났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고 보니 청약이 당첨된 게 기쁘지가 않았다. 계약금과 중도금 1~2차 정도까지는 어찌어찌 해결을 한다 해도 그 이후가 문제였다. 중도금 대출, 주담대 대출, 후불이자 등등 각종 대출의 늪에 빠져들 미래가 보였다. 게다가 내야 할 돈은 왜 이리 많은지 각종 옵션에 취득세, 인지세 등 각종 세금까지 이러다 정말 집값까지 하락한다면 정말 낙이 없겠지.


이렇게 첫 청약 도전과 당첨은 의외로 기쁘지가 않았다. 지금도 입주예정자 단톡방에서는 각종 옵션에 줄눈, 탄성코트, 미세방충망부터 가구, 전자제품까지 쉴 새 없이 돈을 써야 하는 정보들이 올라온다. 과연 이게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미래의 내가 되었을 때 알 수 있겠지만 이렇게 기뻐할 작은 틈도 허락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몰려오는 정보들에 아파트 완공도 전에 나는 지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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