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내내 비가 오던 주가 있었다. 방울토마토는 지금쯤 빨갛게 익었을까, 파프리카는 얼마큼 자랐을까 궁금했지만 찔끔찔끔 내리는 비에 그냥 이번 주는 쉬자며 외면했다. 그렇게 우중충한 날씨의 주말까지 푹 쉬어버리고 월요일이 되었다.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보고 맑게 갠 하늘이 보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잔뜩 열려있을 수확물을 기대하고 텃밭으로 갔다.
내가 기르는 작물만 무럭무럭 자라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텃밭으로 가는 길조차 보이지 않게 무성하게 자란 잡초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와 나의 텃밭 상황도 말이 아니었다. 팻말은 쓰러져있었고 씨도 뿌리지 않은 잡초는 어디서 날아와 이랑마다 빼곡하게 차있는 건지. 멜론과 참외의 넝쿨은 옆 밭을 침범하게 직전이었고 방울토마토는 옥수수만큼이나 커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쳐져있었다.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반팔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간 나는 곧바로 호미를 찾아들고 잡초를 냅다 치기 시작했다. 오늘이 아니면 더 굵고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있을게 분명했기에 오늘 안에 해치우고 싶었다. 하기 싫은 일,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을 생각하며 머리채찹듯 잡초를 잡고 호미로 잡초 뿌리를 치며 세게 잡아당겼다. 생각보다 깊고 넓게 자란 잡초 앞에서 뿌리를 뽑고 모으고 뽑고 모으고를 반복했다. 아이도 옆에서 작은 잡초를 쑥쑥 뽑으며 잡초 뽑기에 열중했다.
그렇게 잡초 뽑기를 30분이 지났다. 처음엔 콧잔등에 송골송골 맺히던 땀이 얼굴을 타고 주룩주룩 흐르기 시작했다. 연일 내리던 비로 습도는 가득한 데다 날씨까지 더우니 텃밭 전체가 사우나가 된 상태였다. 옷소매로 땀을 닦다가 왠지 모를 개운함을 느꼈다. 몸과 마음에 쌓여있던 노폐물과 찌꺼기들이 땀을 통해 나와 증발되고 오로지 저 잡초를 다 뽑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2시간이 지나서야 뽑은 잡초를 다 정리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갈 수 있었다. 손목은 너덜거렸지만 수확물을 한 아름 안 고오니 보람찼다. 집에 와서 목구멍을 활짝 열고 냉수를 꿀꺽꿀꺽 삼 겼다. 그리고 시원한 물에 몸을 적셨다. 노동의 기쁨, 땀 흘리는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를 2시간의 잡초 뽑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머리까지 감고 나와 수건으로 둘둘 말아 올린 다음 선풍기 바람을 쐬며 아이와 함께 수박을 먹었다. 아이와 나는 그래도 잡초는 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텃밭에서 따온 방울토마토와 가지]
[진딧물 때문에 고생하던 수박도 다시 꽃이 피었다]
[가득 자란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