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냐

by Lunar G

왼쪽 눈에서 자주 통증을 느껴. 눈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 그래서인지 자꾸 졸리네. 올해 막바지니까 마무리를 위해서는 더 열심히 달리지 않으면 안 되는데 1년 내내 긴장하고 울어서인지 맥이 빠져. 끝까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너무 지쳐서인지 자꾸 무너지려고 해. 그러면 ‘어리광 부리지 마. 다들 이 정도 노력은 하고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냐.’라며 나를 나무라게 돼.

그렇게 호통을 치고 나면 내 속의 작은 내가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게 보여. 그런 날 보고 있으면 정말로 눈물이 나 버릴 것 같아 나에게서 등을 돌려 서서 눈을 감아버려. 그러면 삼켜낸 눈물이 당신 어깨에 기대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보여줘. 눈물 때문인지 통증 때문인지 당신 모습이 자꾸 흐려지는데 그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 울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울면 당싱도 울게 될 테니까 눈을 감은 채 햇살 아래 앉아 턱을 괴고 머릿속으로 당신을 그려 봐. 그러면 소리 잃은 당신의 입의 움직임에서 알아, 하는 당신의 속삭임이 읽어 내게 돼. 그 한마디에 가슴이 아려와.

가슴을 문지르며 더 잘하고 싶은데 그게 왜 이렇게 잘 안되는지 하고 속상해해. 그러면서 어쩌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고 싶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를 위해 조금 더 멋진 모습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니까 말이야.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되면서 조금 더 능숙하게 주변 상황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조금 더 힘이 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원숙해지면 좋겠다 하는데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

이 나이를 먹었는데도 나는 어쩐지 서투른 것 투성이에 실수도 많고 실패도 많아. 능숙한 것보다 잘 못 하는 게 더 많아. 그게 너무너무 속상해. 게으름 부린 게 아닌데 딴에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인생은 마음처럼 잘되지 않고 누구보다 멋진 모습의 나를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노력하고 노력해도 여전히 부족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커서 올해는 내내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에너지를 어떻게 폭발시켜야 하나 고민하며 달려왔는데 아직인가 봐.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렸는데 턱없이 부족해. 사실은 쉬고 싶은데, 당신 어깨에 기대 잠들고 싶은데 아직은 아니니까 지친 몸을 다시금 일으켜 세워. 당신도 어딘가에서 달리고 있을 테니까 나도 달려야 한다며 스스로를 달래. 그게 당신의 심장이 뜨겁게 뛰게 해 줄 테니까 아무리 힘들어서도 나는 아직 쉬어서는 안 돼.


E Munch_The Sun_1909.jpg E Munch_The Sun_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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