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잠을 설쳤다.
너만 웃고 있으면 된다던 그의 말을 곱씹다가 가슴이 먹먹해진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퍼진다. 그의 말을 끌어안은 채 웅크려 눕는다. 몸을 작게 만든 후 지구를 끌어 안기라도 하듯 두 손을 꼭 쥔다. 내년에는 같이 하자고 했으면 이만큼 슬프지는 않았을 텐데, 나만 웃고 있으면 된다는 그 말이 아무래도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난다.
그는 나를 생각하고 나는 그를 생각한다. 그를 생각하느라 나는 내가 아픈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나를 소중히 하느라 그는 그가 아픈 것을 알지 못한다. 나의 너만 행복하면 되니까. 우리는 각자의 가슴이 너덜너덜해져 가는데도 너만 웃으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바보 같은 말로 나의 행복을 채운다. 그게 고맙고 안타까워서 계속 운다.
그의 사랑을 받는 나는 나에게서 사라지고 내 사랑을 받는 그는 그에게서 사라진다. 그는 나의 영혼을 채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내게 마음을 전해오고 나는 그의 영혼을 붙들기 위해 마음을 전한다. 사랑해서 아프다. 사랑해서 미안하고. 사랑해서 슬프다.
사랑을 하는데 내 마음은 왜 온통 상처투성이인지 사랑을 하는데 왜 당신 가슴은 붉기만 한지 몰라 운다. 울고 울다 지쳐 하늘을 보며 용서를 빈다. 사랑에 빠진 이 죄의 죗값은 나만 갚게 해 달라고. 그 사람은 사랑에 빠진 것으로 인해 마주해야 할 이 아픔을 마주하지 않게 해 달라고. 그렇게 그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며 울다 쓰러져 잠든 내 귀에 그의 목소리가 닿는다. 너만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너만은 늘 웃고 있으면 좋겠다고. 너만은 평온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틀어막은 채 가슴을 매만지며 한참을 운다. 그리고는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눈물을 닦는다. 그런 다음 천천히 눈을 뜬다. 그리고는 거울 앞에 서서 웃는다. 눈물 흥건해진 얼굴로 웃으며 말한다. 당신은 이 아픔을 몰랐으면 좋겠어. 당신은 사랑의 기쁨에만 둘러싸여 있으면 좋겠어. 당신은 늘 웃고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