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된다. 주변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내 눈에는 그 사람만 보인다. 내 눈에 담긴 그의 빛이 주변을 어둡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편안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나를 안정되게 한다. 일로 인해 습관적으로 긴장하게 된 그가 아니라 편안한 모습의 아이 같은 그가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내가 곁에 있어 그가 긴장을 덜게 된 것 같기 때문이다.
꾸미지 않은 모습의 그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나도 모르게 멋있다는 말을 연발한다.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쉼 없이 멋있다고 하는 나를 보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인다. 그의 웃는 얼굴이 아무래도 너무 좋아서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는다. 손을 뻗어 그의 볼에 손을 대고 엄지로 그의 입술을 천천히 매만진다. 그의 얼굴에서 행복이 번진다.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 내가 더 반하게 되는데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그가 자꾸 웃는다, 나를 보며 말이다. 그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내 울기만 했을 테니 그로 인해 내가 아무것도 못 하게 되어도 좋으니 그가 내내 웃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에게는 나만 보이고 나에게는 그만 보인다.
내 볼에 포개진 그의 손을 매만지며 속으로 되뇐다. 기다림이 지옥 같았을 텐데 긴긴 시간 잘 기다려 주어서 고맙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그를 무너뜨리려 했을 텐데 그 마음에 굴복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돌아서고 싶은 생각에 뒤돌아서서 눈물 흘린 날이 적지 않았을 텐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물 흘리면서도 내 손 붙잡고 있어 줘서 고맙다고. 무엇보다 나의 그로서 그 자신을 잃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을 감으며 조용히 슬픔을 삼킨다. 눈물이 기다림의 시가 되어 볼에 새겨진다. 손이 떨리고 눈이 뜨거워지고 어깨가 들썩인다. 눈을 감은 채 속삭인다. 보고 싶어. 나의 목소리 위에 그의 목소리가 겹친다. 눈을 뜬다. 그는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내 손은 그의 눈물로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