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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Feb 19. 2016

질주본능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2살쯤 되었을 때, J는 정말 재빠르고 빨리 움직이는 아이였다. 만약 단 몇 초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금세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J는 놀이터에서 형과 함께 놀곤 했곤 할머니와 이웃에 살던 한국 아주머니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던 토론토의 어느 초가을 오후, 큰 아들이 퇴근해서 오는 나를 보고 싶은 마음에 놀이터를 떠나  큰길로 나왔지만 어른들은 J를 따라다니느라 그 사실을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결과만 말하자면, 토론토 경찰이 큰 아들을 찾아서 집으로 데려 왔다. 경찰관은 어린 두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고 있는지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충분한 음식이 있는지 냉장고를 열어보기도 했단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리는 모두 항상 J의 행방에 주의를 기울였지만 형과 달리 왜 이렇게 J를 돌보는 일이 어려운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그 원인이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전까지는 불만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J가 쇼핑몰에서 뛰쳐나가 차량이 붐비는 주차장으로 나간 것이다. 쇼핑몰의 자동문은 편리하긴 해도 이럴 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달려오는 차는 없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집을 구할 때도 가장 첫 고려사항이자 우선순위는 J의 안전이었다. 이 에너지 넘치는 남자아이를 위해 안전한 경계는 물론이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담장이 쳐진 집을 구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J는 담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화나고 불만스러운 상황이 되자 담장을 넘어 이웃의 담장이 없는 마당을 통해 달아났다. 그걸 보자마자 쫒아나갔는데도 워낙 빨라서 잡지 못했다. 갈림길에서 더  큰길로 이어진 길을 골라 무작정 뛰었더니 정말 다행히도 J가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만약 길을 잘 못 골랐거나 느렸다면 J를 놓쳤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계속 달리기를 장려했다면, 말아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혼신을 다해 달리는 육상선수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실종되거나 방황하는 자폐성 장애아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며칠 전에도 비극적인 일이 있었는데, 아마도 2016년에 발생한 첫 실종 후 사망 사건이 아닌가 한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실종된 5세 자폐성 장애아 숨진 채 발견"[1]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1년 동안 실종 자폐성 장애아를 모니터링해 본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학교처럼 우리가 안전할 것이라고 여기는 공간에서도 이런 비극은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위티어 유니언(Whittier Union) 고등학교 주차장의 스쿨버스에서 19세의 중증 자폐성 장애아 폴 리(Paul Lee)의 시신이 2015년 9월 오후 4시에 발견되기도 했다.[2]


하지만 모든 자폐아 실종 사건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며 안전하게 귀가한 사례도 있다. 이런 사건은 가족 캠핑장에서도 발생한다. 2015년 4월, 호주의 황야에서 4일을 지낸 한 소년이 무사히 발견된 일이 있었다. 호주 일든호(Lake Eildon) 국립공원에서 실종되었다 복귀한 이 소년은 11세의 루크 샴브룩(Luke Shambrook)으로 자폐성 장애아였다.[3] 또한 이런 사건은 평상시 학교에서 집을 오가는 중에 발생할 수도 있다. 2015년 10월, 헤이워드(Hayward)에 사는 8세 소년이 수요일 몇 시간 동안 실종되었다고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스톤브래(Stonebrae) 초등학교에서 사라져 부모를 극도로 걱정시켰던 이 소션은 근처(그래도 3.2 km나 떨어짐) 맥도널드에서 발견되었으며, 해피밀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해피엔딩이었다.[4]


따라서, 자폐아는 항상 실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피하도록 해야 한다. 외딴곳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는 GPS 위치추적기가 해결책이 될 수 있고 지역 구성원이 참여한 감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이사 왔을 때, 가장 처음으로 한 일 중에 하나가 바로 J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안내문을 발송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게다가 J를 지켜볼 많은 시선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 포스팅에 실제로 작성해서 이웃들에게 배포했던 안내문을 첨부할 예정입니다.)



1.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3382360/Tragedy-body-five-year-old-autistic-boy-vanished-New-Year-s-Eve-party-barefoot-coatless-canal.html

2. http://www.people.com/article/autistic-student-was-left-hot-bus-hours-before-he-died-sister-says

3. http://www.theage.com.au/victoria/missing-boy-luke-shambrook-found-alive-at-lake-eildon-20150407-1mfrpe.html

4. http://abc7news.com/news/missing-hayward-child-with-autism-found-safe/104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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