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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자 Nov 26. 2021

글 쓰는 할머니 52

김장과 김치 -  매원. 신화자

 밥과 국, 김치는 한식의 기본이다.  

밥상에서 김치가 빠지면 안 된다고

우리 세대는 생각한다.

김치만 해도 여러 가지가 놓였다.

심지어 배추김치, 깍두기, 동치미, 백김치, 총각김치가 함께 밥상에 놓이기도 했다. 배추와 무가 주재료인 야채 절임이 형태를 바꾸어 등장하는 것이다.

단순한 상차림이지만 그렇게도 먹고살았다.

 요즘 아이들은 김치를 안 먹는다.

안 먹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김치를 잘 먹는 아이들도 있다.

이유식을 먹을 시기에 아이들은 엄마의 식성에 따라서  식성이 형성되는 것 같다. 여자들의 가정교육이나 습관과 소양은 매우 중요하다.


 때가 되니까 김장을 할 일이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한 때는 배추를 150포기나 김장을 했다. 김치는 겨울 양식이었다.

김장하고 연탄 한 차 들여 쌓아 놓고

벼농사 지어서 쌀가마니가 광에 그득하게 쌓으면 겨울 준비는 완벽했다.  

 도시락 밑에 김치 썰어서 깔고 들기름 두르고 가운데 계란을 깨트려서 담는다. 두 아들과 딸이 중 고등학생  매일 세 개, 아니면 저녁 도시락까지 다섯 개를 싸기도 했다. 도시락은 난로에 얹으면  김치 비빔밥이 된다.  언젠가 큰 아들 친구가 "자네 집 김치 먹으러 가고싶다" 고 하더란다.


커다란 김칫독이 땅 속에 묻히고 김치가 겨우내 절반 양식이었던 시절에는

식욕이 좋았었는데 이제는 밥맛도 김치 맛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김치 냉장고에 김치가 없으면 불안하다. 


올해는 배추가 귀하다.

병들고 작황이 나빠서 배추가 금추다. 예년보다 이르게 김장을 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뜰 안에 텃밭에서 키운 배추와 무가 김장을 할 만해서 다행이다.

아무 때라도 소금에 절이고 양념으로 비벼서 김치 냉장고에 넣으면 김치는 먹겠다고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아들이 주말에 김장하러 오겠다고 한다.

"그럼 그렇게 하자."

날을 잡아야 하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주말에 비가 온다는 것이다.

" 당신이 도와주면 아들이 오지 않아도 김장할 수 있겠는데..."

" 그렇게 하지... "

남편이 쉽게 대답을 한다.

배추를 반으로 잘라보니 너무 컸다.

4 등분해서 소금물에 텀벙텀벙 적시고 갈피 소금도 치고 알맞게 절였다.

 

김치는 절이는 게 중요하다.

수분이 빠져서 후줄그레 숨을 죽이고 유순해진 배추가 무채 고춧가루와 갖은양념으로 버무려지면

간이 맞으면서 유산균을 배양한다.  그리고 적당한 온도에서 숙성이 된다.

 김치가 되는 과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았다.

배추와 무가 만나서 소금에 절이면 배추는 성정이 부드러워진다. 유순해진다.

 배추와 무는 궁합이 잘 맞는다. 배추는 햇빛을 많이 받아서 양기를 넉넉하게 받고 자랐다.

무는 땅 속에서 땅의 기운을 많이 받았다. 양과 음의 기운이 서로 만나면 영양의 균형이나 성정이 조화를 이룬다.  고추와 마늘 , 파와 생강과 젓갈을 함께 섞어서 간을 맞추면 향신료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맛과 영양을 한층 더 높인다. 숙성의 과정을 거치면서 감칠맛이 난다.

겨울철에 신선한 야채를 먹는 방법으로 김치를 개발한 것은 매우 현명한 일이다.

 발효식품이고 영양이 우수한 저장식품이다.

김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배추 30포기와 무 15개로 김치가 되어 김치통에 담겼다. 남편은 군소리, 잔소리도 없이 힘쓰고 설거지도 잘했다.

힘들었지만 숙제를 한 것처럼 후련하다.


" 올해는 며느님 하고 김장하고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는구나. 내년에는 꼭 너랑, 아니고 네가 담근 김치를... ㅎㅎ"

"그러게요. 어머니...."   

며느님은 아들 셋 뒷바라지로 바쁘다.

아마도 아직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살림 시작한지 십년? 아니고 이십 년이 가까워 오는데...

아들은 김치를 하겠다고, 돕겠다고 자청을 하는데 며느님은 김장 얘기 꺼내자마자

손자들 무슨 행사가 있다고 말한다.

아들은 김치를 좋아한다.

손자들은 김치를 안 먹는다.  

며느님은 김치를 먹기는 한다.


 밖에서 밥을 먹을 때, 김치를 보면 모든 게 다 보인다. 수입김치가 대부분이지만  더러는

직접 만든 김치를 내 놓는 집이 있다.

신선하고 감칠맛이 나는 김치는

그 집의 모든 걸 말해준다.

김치를 먹어보면 안다.

 "이 집 음식은 믿고 먹을 수 있"  

김치에 신뢰가 담겨있다.


물컵과 김치는 음식점의 수준이다. 플라스틱이 아닌 자기 그릇에 담긴

따끈한 물, 또는 숭늉이거나 차 한잔에서 ,

그리고 음식과 곁들여 나오는 김치를 맛보는 순간 음식에 대한 신롸와 함께 음식점 주인의 품격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김치를 맛나게 먹으면서

울을 건강하게 보내고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기를~~~~~


손자들이,

철이 들면 김치 맛도 알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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