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장 젊은 오늘, 나만의 속도로

「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지스」

by 라벤더
고대 이집트에선 사후세계를 믿었지.
천국의 입구에서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하는데 대답을 잘해야 들어갈 수 있어.
'삶의 기쁨을 찾았나?'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나?'
-영화 <버킷 리스트>중에서-

배시시 미소가 지어지고 몽글몽글 추억으로 이끄는 그림이 있다. 76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서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1세까지 1600여 점의 그림을 그리며 미국의 국민화가로 활동한 모지스 할머니.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지만,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시골 아낙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관절염 때문에 취미로 했던 바느질대신 그림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늘 '너무 늦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76살이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하세요. 때로 삶이 재촉하더라도 서두르지 마세요."(15쪽)


할머니가 들려주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는 그림을 닮았다. 예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모지스 할머니. 행복할 시간 없이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할머니의 그림은 느리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선물한다.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겪어내야 하는 일로 믿으며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듯 매일 스케치를 한다.

'대자연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고 아름다움과 평온을 간직한 곳이며, 삶의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해지기 위해 간절히 가고픈 그런 곳이 아닐까요.(96쪽)' 할머니의 그림은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퀼트 작품처럼 아기자기하다.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잇값을 안 하면 된다"라고 답한 유쾌한 할머니. 신나게 놀 수 있을 때 놀게 내버려 두고, 아이들과 뒤섞여 놀며 나이 들어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준 멋진 부모이기도 했다. 자연이 인간을 품어주듯, 인생에서 크고 작은 일쯤은 여유롭게 웃어넘길 수 있는 지혜도 자연에서 배운 듯하다.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은 시련들도 훌훌 털어버리게 한다. 여유를 갖고 꼼꼼하게 완성한 그림들은 행복한 시절과 풍경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소박하고 단순한 삶에 대한 강렬한 향수(280쪽)'를 불러일으킨다.

고단한 삶에게 주는 모지스 할머니의 따뜻한 위로와 휴식, 알랭드 보통이 <영혼의 미술관>에서 말했던 예술이 주는 치유의 역할이 아닐지. <프레드릭>이라는 그림책은 개미와 베짱이의 다른 버전이다. 개미와 베짱이가 성실과 태만에 대해 말한다면, <프레드릭>은 성실함에 매몰된 개미와 예술을 통해 삶에 여유와 위로를 느끼는 베짱이의 이야기다. 살아내기도 벅찬 삶 속에 예술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반복되는 행복과 불행 속에서 예술이 주는 성찰의 힘은 고통을 조금 더 담대하게 겪도록 돕지 않을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영혼의 미술관 232쪽, 알랭드 보통)'


신혼시절 남편과 함께 인사동 화랑을 헤맸던,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둥그런 수련 그림 속에 아이들과 앉아 있던, 그 시절의 나를 소환하는 모지스 할머니의 책은 앞으로의 삶을 응원한다. 무엇이 되지 못하더라도, <버킷 리스트>의 카터와 에드워드처럼,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린 모지스 할머니처럼.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서두르지 않고 삶의 기쁨을 만들어가고 싶다. 모지스 할머니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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