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미래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by 라벤더

벽돌책과 씨름했다. 정확히 말하면 벽돌책일 것 같은. <사피엔스>의 후속이니 일단 믿고 봤지만 페이지의 압박쯤은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역사학자가 풀어낸 생물학과 역사학의 콜라보는 흥미진진하다. <사피엔스>에서 별 볼 일 없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는가를, <호모데우스>에서는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는 사피엔스의 미래에 대해 다룬다.



# 뇌와 몸의 지도를 읽다


거짓말할 때 뇌는 다른 부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고구마 백개먹은 듯한 재판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책 속에서 언급한 자기 공명 영상스캐너를 써보고 싶다. 버튼 하나로 진실을 밝혀준다니 얼마나 좋은가. 뻔히 보이는 거짓말과 기만 앞에 답답할 일도 없겠지. 그 들의 머릿속은 어떤지 영상스캐너 좀 써보고 싶다.


건강과 젊음을 위해 투자하는 시대다. 20살부터 노화와 치매가 시작된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진실이라면 이렇게 숨쉬기운동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노화를 더디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거부하겠는가. 나에 대한 빅데이터가 맞춤 운동을 추천하고 병을 예견하거나 치료한다면 고무줄 나이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전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컨디션에 따라 오진할 수도 있는 인간의 치료보다 더 믿을만하지 않은가.



# 지구를 지배한 호모 사피엔스


가닿는 대륙마다 대형동물을 멸종시키는 존재, 그 무시무시한 존재가 사피엔스다. 수렵으로 많은 동물들을 잡아먹고, 농사와 목축으로 동식물을 길들인다. <총 균쇠>에서 환경에 따라 문명의 발달속도가 달랐고, '농업화, 가축화'가 문명의 토대가 되었다고 강조한 반면, <사피엔스>에서는 농업혁명을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는 주장. 자연과의 공생을 버리고 탐욕으로 가는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사피엔스는 허구를 믿고 유연하게 협력했기 때문에 오래도록 살아남았다. 신, 국가, 돈, 인권이라는 상상의 존재를 함께 믿으며 힘을 키운다. 역사의 시작을 알린 인지혁명, 농업혁명을 통해 유일신을, 과학혁명을 통해서 초월적 존재가 되기를 욕망한다. 바로 '호모데우스'.


자유주의, 사회주의, 진화론적 인본주의에 대한 비교는 신랄하고 통쾌하다. 나치즘이 진화론적 인본주의의 극단적 사례라고는 하지만 여전한 인종차별, 성차별 그리고 가축을 인간의 삶에 맞게 길들이는 것도 인본주의의 사례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연한 살코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우유를 얻기 위해 일 년 내내 임신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조류독감으로 수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건?



#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는 호모 데우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권력이나 부를 가졌다 해도 기껏해야 백여 년을 살다 간다. <호모 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그런 명제조차 뛰어넘을 미래를 상상한다. 아니, 현재 진행형인 것들로부터 가까운 미래에 겪게 될 불평등한 미래를 보여준다. 과학의 발달로 불멸과 행복, 신성을 갖게 된 '호모 데우스'에게 허구를 믿는 상상력과 협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할까. "칼리코"라는 구글의 자회사는 이미 불멸에 대해 많은 것들을 선점하고 있다. 앤젤리나 졸리가 유전자검사를 통해 미래의 질병에 대비해 멀쩡한 유방을 절제했다. 돈으로 영원한 젊음을 산다. 유전자 검사비용이 천문학적이라 한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 일에 동참하지 못하고 명대로 산다.


수렵인들은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했다. 대체불가능하다. 전문화될수록 인공지능이 더 쉽게 대체할 수 있단다. 빅데이터시대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과연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더 정확하고 정교한 진료를, 수업을, 정보를 제공한다면 자생력이 떨어지고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은 뭘 하고 살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SF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지사지, 역으로 지랄을 해줘야 지일인 줄 안다, 는 우스개 말이 회자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가축화했던 동물들에게 했던 일들을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할 것이라는 하라리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두렵다. 역지사지되기 전에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닌지.



#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언어를 매개로 허구를 믿고 협력하며 모든 종의 우의를 점했지만, 과연 행복한가를 물었다면, <호모 데우스>에서는 과학혁명으로 불멸과 행복, 신성을 추구한 인류에게 어느 길로 갈 것인지를 묻는다. 역사를 아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해방이며 지평을 넓히는 길이라는 조언과 함께. 유발 하라리는 기술 인본주의의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들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적한 백사장에 앉아 오고 가는 파도를 바라보는 마음이다. 역사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자국들도 파도에 쓸려 희미해지겠지. 희망과 염원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무늬들, 욕망과 집착으로 만들어낸 일그러진 무늬조차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어떤 발자국을 만들어 가야 할까. 그건 우리의 선택이다.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 도 예측될 수 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사피엔스, 6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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