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인류 발전은 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문명 간의 불평등에 대한 의혹
인류 발전은 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부와 힘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분포하게 되었을까? 신대륙 발견이 아닌 정복이라는 말을 한다. "정복"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불쾌감을 준다. 그 이면의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원주민의 수를 줄이는 변칙을 쓰는 걸 보면 그들도 역사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듯하다. 지배의 정당화, 서유럽인에 대한 미화, 문명이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저자는 "어떤 현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러한 결과를 반복하거나 영속시키기보다는 변화시키려는 용도로 사용될 때가 더 많다."(22쪽)라는 말로 나와 같은 독자도 끌어들인다. 유럽인이 아프리카인이나 아메리카 원주민보다 지능이 우월하기 때문에 정복했다는 그들만의 가설에 대해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반박하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유럽인의 지능이 더 우월하다?
유럽인은 오히려 유전적으로 불리하다. 유럽은 발달된 기술로 잠재적 사망원인이었던 전염병으로부터 벗어났으나 토착민은 자연선택의 과정으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 발달상으로도 불리하다. 발달된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아이들은 수동적인 발달상의 불이익을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원주민들을 정복했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제1부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
1부는 문명이전 인류의 진화과정과 인류의 역사가 어떤 다양성을 가지고 변화 왔는지를 살핀다.
해부학적 현생인류는 약 1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하여 유라시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 마지막으로 남북아메리카로 팽창했다는 설이 우세하다. 빠른 출발이 조건이라면 현재 아프리카가 제일 잘 살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원인들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폴리네시아인에 대한 연구는 환경이 인간사회의 다양화에 영향을 주는 좋은 예이다. 한 조상에서 갈라진 각 섬의 인간들이 어떻게 적응해 가는가는 일반화의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적응의 다양성"면에서 충분한 연구자료가 된다. 1532년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잉카제국의 아타우알파를 생포한 사건은 역사의 극적 흐름을 보인다. 그들의 총기, 쇠, 무기, 말(馬), 전염병, 해양기술, 중앙 집권적 정치 조직, 문자 등은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만든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제2부 식량 생산의 시작과 전파
2부는 식량생산(식물화, 가축화)이 각 대륙마다 어떻게 달랐으며 어떤 작용을 했는지 살핀다.
수렵, 채집생활을 하던 인류가 식량 생산을 하게 되면서 많은 먹거리와 정주형 생활의 영향으로 인구밀도가 높아지게 된다. 잉여 식물을 저장하며 중앙집권화와 사회계층이 생겨난다. 식량생산은 BC 8500년경 비옥한 초승달지대(서남아시아)
에서 시작되어 점차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서유라시아에서 작물화가 빨랐던 이유는 겨울은 온난 다습하고 여름은 길고 덥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대에 속하고, 야생 조상이 풍부하고 생산성이 높았으며, 자웅동주형 제꽃가루받이 식물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염소, 양, 돼지, 소)등의 야생 조상(14종 중 13종)이 풍부하여 가축화도 빨랐다. 독성을 내뿜는 야생 아몬드 중 단맛이 나는 돌연변이종과, 완두콩, 밀, 보리도 터지지 않는 돌연변이가 선택된 것이라는 사실과 대형 원시 동물들이 가축화되지 못한 사례를 설명하는 부분은 참 흥미롭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전파 또한 중요하다. 유라시아는 같은 위도상으로 비슷한 기후를 같고 있는 대륙의 축이 동서 방향(전파가 신속함)으로 식물과 가축의 전파에 유리하다. 반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는 열대 지역이라는 장애물과 대륙의 축이 남북 방향이라 전파 속도가 늦다. 유라시아의 농업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전파된 것은 문자, 야금술, 기술, 제국 등이 더 빨리 확산되는데 일조했으며 그만큼 정복전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제3부 병원균, 문자, 무기, 정치형태의 시작과 전파
3부는 병원균, 문자, 무기, 정치형태가 어떻게 정복전쟁에 작용했는가를 밝힌다.
유럽인은 오랜 세월 가축을 기르며 면역력을 갖고 있었지만, 신세계인들에게는 면역력이 없었다. 병원균으로 인한 희생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은 지배에 굴복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식량 생산의 여유로움으로 가능해진 문자 고안은 중앙 집권적 정치 제도를 갖추게 하고, 아이디어와 발명품의 전파하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안데스, 서아프리카, 미시시피강 유역 등은 사막이나 좁은 지협 때문에 식량 생산이 늦어진 것처럼 문자의 전달도 늦어지게 되었다.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다"라는 논의에서 출발한다면 유라시아에서 기술이 먼저 발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유라시아는 면적이 넓고, 인구도 많으며(발명가 수도 많아진다), 동서축으로 인한 확산의 용이성, 식량 생산이 먼저 시작된 점 등에서 기술 발전이 크게 앞선다. 소수의 무리 사회와 부족 사회를 거쳐 추장 사회로, 심지어 인구가 5만 이상인 국가로의 변화는 갈등해결, 의사결정, 경제적 측면, 공간의 문제로 결국 중앙 집권화라는 길을 걷게 된다.
제4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4부는 1~3부의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정복하고 뉴기니는 실패한 이유가 뭘까? 오스트레일리아는 척박한 토양에도 불구하고 농경이 일부 가능했고, 토착 전염병이 없었기에 정복할 수 있었다. 뉴기니는 말라리아 등의 열대성 질병과 유럽의 농작물이나 가축, 식생활 등에 적합한 환경이나 기후를 가지지 못해 실패한다. 초승달 지역과 거의 비슷한 시기(최초)에 식량 생산에 성공, 발전된 다양한 기술을 여러 지역에 전파, 큰 두 강으로 동서 및 남북의 교류가 활발하여 문화적 정치적 통일을 이루어낸 나라. 이쯤 되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 했다. 중국의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통일된 국가였기에 발전이 늦어졌다. 어느 한 폭군의 결정은 당장 혁신을 중단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적당히 분열된 서유럽이 정복을 선점하게 된다.
"환경의 우연이 역사를 바꿨다"라는 결정론이 남긴 과제
선사 시대로부터 환경적으로 유리한 지역에서 살게 된 '우연'이 오늘날 문명의 우열을 가리게 되었다.(683쪽) 인간의 창의성도 역사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인간의 역사가 우연적인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자칫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볼 수 있다. 이에 저자는 같은 생물학적 조건이라면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환경에서는 역사 또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밝히려고 했다. 현재에서 과거를 역추적해가며 불평등의 원인을 밝혀내는 점이 흥미진진했다. 독자들이 갖고 있던 거부감을 불식시키려는 듯 저자는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등의 종합적인 접근(681쪽)과 상세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역사가 반복되듯 여러 대륙에 걸쳐 환경이 역사를 좌우한다는 논제를 풀어가다 보니 내용이 여러 번 중복되기도 한다. 환경의'우연'이 뒤바뀌었다면 역사도 바뀌었을까? 그리고 아프리카인들이 서유럽을 정복하였을까? 가장 먼저(B.C.8000년) 식량 생산을 선점한 두 중심지(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가 아직도 현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610쪽)는 저자의 에필로그는 상당히 생각해 볼 문제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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