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하루 30분, 온전히 식사하는 시간(3)
오들도 두렵고 짜릿한 식사시간이 왔다. 자 이제 소식법을 적용해서 식사해 보자.
사실 실천법이라고 할 것도 없다. 너무 간단하다.
1. 스톱워치든 모래시계든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타이머를 킨다.
2. 음식을 한 입 뜨고 최대한 천천히 먹어본다. 한쪽 볼에 넣고 조금씩 가져와 씹는다. 씹는 속도도 조절해 보고, 천천히 씹기 어려운 경우에는 혀로 굴리며 먹어본다.
3. 1분 이상을 한입 간격으로 20분 이상 식사한다.
(https://kkokkkok.app/ 에서 현제 웹 베타버전으로 식사 타이머를 사용할 수 있다.)
천천히 먹는 습관이 익숙해지면 식사를 마무리하는 습관도 형성해 보자. 나 같은 경우에는 먹자마자 양치를 하거나 애사비(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탄 탄산수 한 컵을 마시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천천히 먹어보는 시도로 충분하다.
이렇게 식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아도 금방 배부름을 느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그 이유는 이미 증명된 여러 과학적 연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천천히 먹고 오래 씹기만 해도 위고비약을 먹는 효과라고?
요즘 가장 핫한 다이어트 약 위고비를 아시는지? 이 위고비는 일론머스크 킴카다시안 심지어 김정은 조차 찾는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최신 논문에 따르면 이 신약 복용자는 평균적으로 체중이 15% 감소됐다고 한다. 가장 많이 빠진 사람은 20kg도 넘게 빠졌다고.. 하지만 약이 매우 고가일뿐더러 국내에서는 비만 환자가 아니면 처방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결국 이 위고비는 '소식'을 흉내 낸 것이라고 한다. 우리 몸이 자연스레 소식을 하고 만족한다면 고가에 부작용이 아직 뭔지도 모르는 다이어트 신약이 필요 없다는 사실.
위고비약의 주성분은 GLP-1 유사체인데 이 호르몬 수용체가 자극되면 위에서 장으로 음식이 더 느리게 이동한다. 그래서 포만감도 오래 지속되고 영양분이 천천히 흡수돼서 혈당스파이크도 생기지 않는다. 뇌에서는 포만감을 더 오래 느끼게 되고 식 식욕이 줄어들어 적게 먹어도 배부른 상태를 유지하기 쉬워진다.
(출처: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그런데 천천히 먹고 오래 씹으면 이것과 거의 동일한 효과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천천히 먹으니 식사시간이 길어지고 위에서 장으로 음식이 느리게 가고 영양분 흡수도 천천히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오래 씹는 사람은 위고비약의 주성분인 GLP-1 호르몬이 1.5배 더 분비된다. 특히나 GLP-1의 최고농도는 식후 30분 후라고 한다.
결국 천천히 식사하고 오래 씹으면 장기적으로 우리의 몸은 소식을 할 수밖에 없다.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고 식욕은 억제되니 디폴트 체중값이 저절로 낮아지고 살찌지 않는 체질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날씬한 사람은 비만한 사람보다 GLP-1 호르몬이 2배라고 한다.
또한 실험에서 마인드풀 이팅법을 적용해 음식의 맛과 향에 집중하며 천천히 먹은 실험군의 경우 15주 후 평균 2kg 감량했고 75%는 요요현상도 겪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다이어트가 99.5% 실패하고 요요를 겪는다는 결과와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을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과 음식을 통제하지 않고 그냥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음식을 먹으면 된다. 제한하지 않고 갈망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이 직관적 식사법을 따라 필요한 만큼만 먹게 되어있다.
우리는 갈망과 강박을 부추기는 '무엇'을 '언제' 먹느냐에 집중하지 않고 그저 오래 씹고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는 '행동'에만 집중하면 된다. 적게 먹겠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거나 칼로리를 재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천천히 먹고 오래 씹는 습관을 만들 뿐이니까.
그렇게 한 달 이상 반복하다 보면 하지 않는 게 이상해지는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는 단계가 온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소식좌'가 되었다!
얼마 전 가족들과 보홀로 여행을 갔다. 반복된 다이어트로 인해 작년에 보홀여행에서는 피자 2판을 연속으로 해치웠다. 그 피자가 계속 생각나서 가족들을 데리고 같은 피자집으로 향했다. 작년에 여기서 피자 2판을 먹었다며 아주 맛있다고 의기양양하게 가서는, 고작 1조각에 파스타 몇 입 먹고 말았다. 배가 너무 불렀다. 솔직히 내 인생에 피자 1조각을 먹고 만족한 적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하루에 30분 이상 투자해서 식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적게 먹고도 만족하는 몸이 된다. 음식과의 건강한 관계가 다시 형성되고 음식이 인생이서 전부가 아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음식과 다이어트뿐만이 아니라 인생에 더욱 중요한 게 뭔지 발견하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말했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사실 이건 8번 창업에 실패하고 9번째 토스라는 아이템으로 성공한 이승건 대표의 마음가짐이었다고 한다. 어차피 9번째도 실패할 거라 생각하고 최소한의 노력과 실험으로 검증했더니 오히려 결괏값이 좋았고 그렇게 토스라는 아이템을 발전시켜 나가게 된 것.
실패할 수밖에 없는 '다이어트 성공'을 갈망하기 보다 그냥 '천천히 먹는 소식 습관'을 오늘부터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다행히 이 습관은 다른 다이어트나 다이어트 약처럼 부작용도 없다. 사실 좋은 점 밖에 없다. 오늘도 음식앞에서 두렵고 지긋지긋한 다이어트 요요와 폭식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꼭 한 번 시도해보길.